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추가 무기 공급 가능성과 기타 군사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중 장갑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후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책으로 북한의 국경을 봉쇄한 이래 첫 외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달 10~13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만나 정상급에서 무기 거래 협상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주 중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EEF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다.
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공급하고, 이 대가로 북한은 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첨단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이 동방경제포럼 외에도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태평양함대사령부 33번 부두를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9월 9일을 정권수립일로 기념한다. 또한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500킬로미터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2016년 첫 로켓 발사가 이뤄진 첨단 우주기지로,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곳에서 회담했다.
지난 8월 말 김 위원장의 경호요원 등을 포함한 북한 정부 대표단 20여명은 열흘에 걸쳐 기차로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동한 후 비행기로 모스크바까지 향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러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NYT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장갑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30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무기 거래 가능성을 논의하는 서신을 교환했다고 경고했다. 당시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양국 간 군사 협력에 관한 고위급 회담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쇼이구 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등이 포함된 무기 전시회에 쇼이구 장관을 데리고 갔다.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에게 군사협력 확대 방안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했고, 이에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의 방러를 제안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쇼이구 장관의 방북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국방 장관의 첫 방북이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편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러시아 국경절을 맞아 푸틴 대통령에게 지지와 연대를 약속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리훙중 전국 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도 7월에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건넸다.
한편, 미국은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포탄을 북한에서 구입할 계획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해 러시아에 군수품을 전달했으나 이러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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