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이라며 10월 이후 물가가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 국제 유가 지속 상승 등 변수가 여전해 당국의 물가 관리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소비자물가 상승 반전, 근원물가 더 오를 듯
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4% 올랐다. 지난 2월부터 둔화한 물가 상승률은 7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3%대로 반등했다.
유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11.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월(-25.9%) 대비 낙폭이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 흐름이 지속되는 양상이라 다음 달 근원물가 추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와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2%, 0.3% 상승했다. 7월 -0.1%, 0.2%에서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가 전월 대비 오른 걸 감안하면 다음 달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서비스 물가가 오름세라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도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석유류 기저효과가 여전히 살아 있는데도 (지난달에) 3.4% 상승률이 나온 것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더라도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계속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물가가 8~9월 3%대로 올랐다가 추석이 지난 10월 이후에는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30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국제 유가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10월 이후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하면서 물가가 다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도 오를까···한전 '학수고대', 총선이 문제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15일까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연료비조정요금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부는 오는 20일까지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반기에 21.1원 인상했지만 아직 적정 인상 폭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산술적으로 4분기에만 ㎾h당 30.5원을 더 올려야 한다.
한전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면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하다. 2021년 이후 한전 누적 적자는 4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을 40%가량 올렸지만 올해 2분기(4~6월)만 해도 2조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겨울 난방 시즌을 앞두고 10월 이후에도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기간 이어진 역마진 구조에서 간신히 탈출한 한전이 또다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적자로 올 상반기 자본금 규모가 줄어든 한전은 채권 발행을 통해 겨우 버텨 왔다. 2분기에만 시중에 풀린 한전채가 69조5000억원 규모다. 영업 손실이 확대돼 자본금이 추가로 감소하면 채권 발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 같은 대내외 여건에도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자극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요금 인상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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