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中 부동산에 불안한 증시…ELS 중도상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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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09-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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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만기 전 투자금을 빼고 있다. 돌려받은 투자금도 ELS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원화·외화 ELS 중도 상환 규모는 527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지난 1~7월 중도 상환 금액은 100억원대였다.

ELS는 주가지수, 특정 종목 주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한다. 기초자산 가격은 보통 3·6개월 단위로 평가한다.

중도 상환은 투자자 요청에 따라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중도 상환 시 ELS 평가 금액의 5%를 차감한 금액에서 중도 상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달 중도 상환이 급증한 건 투자자들이 기초자산 가격이 향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손실을 보더라도 상환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 상승 등 안전자산의 매력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주가 변동성이 낮게 유지돼 ELS 매력도는 감소했다"며 "중도 상환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중도 상환이 이익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LS 발행 금액 역시 지난 8월 줄어들었다. 지난달 원화·외화 ELS 발행액은 2조1117억원으로 2조원대를 넘기는 했지만 지난 4월 발행액인 3조6778억원에 비하면 크게 감소했다.

ELS 발행이 줄었다는 건 투자 수요가 뒷걸음질 쳤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LS 투자자는 조기 상환을 받은 투자금을 ELS에 재투자 하는 경향이 높아 신규 발행액도 증가한다. 지난 8월 ELS 상환 금액은 3조3693억원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돌려받은 투자금이 다시 ELS로 흘러들어 갔다고 보긴 어렵다. 

ELS에서 빼낸 투자금의 이동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7월 3조476억원이었던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액은 8월 3조173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4월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ELS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 움직임이 나타난 건 주가 흐름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난달 연준이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한 경계감에 증시는 관망세를 보였다.

또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부각되면서 홍콩H지수가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 악화를 부추겼다. 실제로 2022년에 발행된 ELS는 대체로 조기 상환에 성공하고 있지만 2021년에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ELS는 현재도 조기 상환을 받지 못한 물량이 적지 않다. 내년 만기 상환에서도 적지 않은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등 투자자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8월 중 ELS 조기 상환 건수는 1344건이었고 홍콩H지수 관련 건수는 141건, 발행 후 7개월 이상 경과된 홍콩H 관련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 특히 2021년 1~2월에 발행된 물량은 모든 중간평가가 끝나서 이제는 내년 1~2월 만기 상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서도 ELS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중국 부동산 위기뿐만 아니라 중국 주요 경제지표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한국과 미국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4% 낮아졌다.

이와 함께 9월 증시 흐름이 다른 달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초자산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조기 상환을 받으면 다시 ELS에 투자하는데 증시가 부진할 땐 직접투자로 옮겨가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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