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고수익은 물론 원금을 보장해주는 금융상품이 있습니다.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를 주겠습니다."
증권사 직원이 연 8% 고수익과 원금 보장 등을 내세워 실체가 없는 투자상품을 소개하고 고객 투자금 약 30억원을 편취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퇴사한 이후에도 70억원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단독22부(홍진표 판사)는 현대차증권 고객 3명이 전 현대차증권 직원 지모씨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현대차증권 부분은 기각했다.
지씨는 2009년 1월 현대차증권에 입사해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상담·운용 등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고객 3명에게서 총 28억1120만원 상당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본인 지위를 이용해 고객 3명에게 "연 8% 고수익은 물론 원금을 보장해주는 안전한 금융상품이 있으니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속였다. 그는 고객 A씨에게서 투자금 13억9120만원을, B씨에게서 13억7000만원을, C씨에게서 5000만원을 각각 끌어모았다.
지씨는 투자금을 받아 손실 위험성이 높은 선물‧옵션에 투자하거나 먼저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원리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에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고 투자금은 개인계좌로 지급받았다.
현대차증권 고객 3명은 지씨가 마치 좋은 투자상품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 뒤 투자금을 편취하고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법원은 지씨가 고객 3명에게 투자금 총액 중 10분의 1 수준인 총 2억4000만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씨가 투자금을 개인계좌로 지급받거나 정상적인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업무 처리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현대차증권 측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투자가 현대차증권 사무집행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대차증권에 위험 창출과 방지 조치 결여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 책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불법행위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어야 한다.
지씨는 2021년 1월 퇴사한 이후에도 서울 서초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금융투자일임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10여 명에게서 투자금 71억원을 챙겨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지씨는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대출을 받아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기망행위 과정에서 허위로 수익률을 조작한 사진들을 전송하기도 했다"며 "지씨에 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수사기관에 스스로 출석해 자수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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