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지진, 사상자 4000명 넘어…단교 국가까지 구호 지원 '손길'

피해 지역, 산악 지형 탓에 접근 어려운 상황

골든 타임 임박해 긴장감 고조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구호 손길

알제리 등 단교 국가도 구호 의사·강진 겪은 튀르키예도 동참

 

지난 9일 발생한 지진으로 모로코 알 하우즈 주 물라이 브라힘 주택들이 크게 파손됐다. [사진=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 서남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사상자가 4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조가 당초 예상보다 난항을 겪으면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 정부는 애도를 표하며 구조 지원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AP뉴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로코 당국은 지진 사망자가 2012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도 2059명으로 크게 늘었다. 부상자 가운데 1404명이 중상자로 알려져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모로코에서는 지난 8일 밤 11시 11분께 마라케시 남쪽으로 70㎞ 떨어진 알 하우즈주 이길 마을에서 리히터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민들이 잠자리에 든 심야 시간대에 지진이 발생한 데다 진원이 10㎞ 정도로 얕았고 대다수 주택이 허술하게 지어져 인명 피해가 컸다. 모로코 정부는 9일부터 사흘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고 외신은 "1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이라고 전했다. 

이날도 현장에는 여진을 우려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마라케시 인근 사람들은 여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CNN 등 외신은 현지 주민들이 건물 추가 붕괴를 걱정해 건물에서 나와 있으며 담요와 매트릭스로 야외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 지역이 산악 지형인 점도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에 지진 피해를 입은 알하우즈, 우아르자자트, 마라케시, 아질랄, 치차우아, 타루단트 지역 등은 지진으로 도로가 훼손되면서 구조대가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하마드 6세 모로코 국왕은 군에 전문 수색팀과 구호 인력을 동원하라고 지시했지만 이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구조가 지체되는 상황에 모로코 당국과 국제사회는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골든타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 발생 후 72시간은 부상자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평가된다. 조 잉글리시 유엔 아동기금 대변인은 "지진 잔해에서 사람을 구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며 "국제적 지원과 연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희생자에 대해서는 애도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로코 강진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 정상들은 구조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인명 손실과 피해에 깊은 비통함을 느낀다"고 전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 세계가 모로코와 함께하고 있으며 우리는 모든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와 독일도 지원을 제안했다. 특히 알제리와 튀르키예가 구조 의사에 동참한 것은 눈길을 끌고 있다. 알제리는 모로코와 서부 사하라 지역을 두고 영토 분쟁에 얽혀 있다. 그럼에도 알제리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시작할 준비를 갖췄다”며 “모로코 정부가 지원을 요청하면 모로코 국민들과 연대하여 모든 물질적·인적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 7개월 전 5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튀르키예는 모로코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며 모로코가 지원 요청을 하면 200명 넘는 시민단체 구호 인력을 보내겠다고 언급했다. 

세계 각국이 구호에 나서고 있음에도 지진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1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사망자가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고, 10만명 이상일 가능성도 6%에 달했다. 또한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10억~100억 달러(약 1조3370억~13조3700억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