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달러화 강세, 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 악재가 간신히 살아나던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고금리·고물가 기조도 쉽사리 꺾이지 않으면서 수출·소비·투자가 동반 부진한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33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약세를 우려할 만한 1330원대 환율이 5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강(强) 달러가 지속될 수 있다. 중국 위안화는 중국 부동산 위기 때문에 일본 엔화는 완화적 통화 정책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가치도 분위기에 휩쓸려 동반 하락 중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330원대 초중반에서 하방 경직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국제 유가와 중국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이 연동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둔화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꺾고 있다.
통계청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0.7%), 소비(-3.2%), 투자(설비투자 -8.9%·건설기성 0.8%) 등 3대 부문이 전월 대비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6월만 해도 생산(0.1%)과 소비(1.0%), 설비투자(0.2%)가 트리플 성장하며 국내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었다가 한 달 만에 전월 증가분을 모두 반납했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방증하듯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부진 영향이 오롯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수출마저 꺾인다면 하반기 수출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IT 업황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침체 진입 등을 고려하면 연내 국내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은 종전보다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경기가 회복 기미 없이 저점에서 장기간 머무는 L자형 침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인 씨티와 JP모건, HSBC 등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 3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이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약화하고 수출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의 장기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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