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경영진 사이에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생산성 개선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CEO에게 생성 AI는 당장 도입이 시급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조직 내부 저항 완화와 활용을 위한 역량 확보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난제로 주어졌다. IBM 기업가치연구소(IBV)가 30개국 24업종 CEO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간한 연례 CEO 연구 보고서 ‘AI 시대의 CEO 의사결정,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라’를 통해 이러한 흐름이 확인됐다.
ㅇㅇㅇㅇㅇㅇ일 IBM에 따르면 IBV의 조사에 참여한 CEO 가운데 절반 가량(48%)이 생산성을 비즈니스의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이는 생산성을 ‘여섯 번째 비즈니스 우선순위’로 꼽은 2022년 대비 중요도가 급부상한 것이다. 두 번째로 높은 비즈니스 우선순위로 ‘기술 현대화’가 선택(45%)됐는데, 이는 CEO들이 생산성 목표 달성 핵심 요소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조사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기술 현대화란 기업의 생산활동과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 걸쳐 생성 AI 같은 신기술을 비롯해 데이터 분석과 AI 시스템 같은 수단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CEO들은 최근 4년 연속으로 ‘향후 3년 동안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요인’이 기술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CEO 4명 중 3명(75%)은 “가장 발전된 생성 AI를 보유한 조직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응답자 69%는 “생성 AI가 조직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50%)은 “이미 생성 AI를 제품 및 서비스에 통합하고 있다”고 답했다. 43%는 “전략적 의사 결정에 생성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고, 36%는 “운영상 의사 결정에 생성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29%는 “생성 AI를 도입할 수 있는 사내 전문 인력을 보유했다”고 했다.
생성 AI를 도입한 결과가 인력 활용 방식과 고용 규모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CEO 응답자 43%는 “생성 AI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재배치하고 있다”고 답했고 28%는 “향후 12개월 내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46%는 “생성 AI로 추가 인력을 채용”했으며 26%는 “향후 추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생성 AI가 조직의 인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평가했다고 한 CEO는 28%에 불과했는데, 36%는 “향후 12개월 내에 평가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CEO와 그 외 경영진 사이에는 조직이 생성 AI를 도입하고 활용하기 위한 준비도가 어느 정도냐를 달리 보는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제품과 서비스, 전략적 의사 결정에 생성 AI를 적용했다는 CEO가 적지 않았는데, 조사에 참여한 ‘CEO가 아닌 고위 임원’ 중 30%만이 “자신의 조직이 책임감 있게 생성 AI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전체 경영진 가운데 “사내에 생성 AI를 도입할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29%에 그쳤다.
CEO 중에서도 57%가 생성 AI 활용에 따른 데이터 보안 문제를 우려했고 48%는 편향과 데이터 정확성 문제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생성 AI를 비롯한 기술 도입과 ‘현대화’ 과정을 위한 장애물이 나타날 수 있음을 예상하는 것이다. IBM은 “인터뷰에 응한 CEO 중 절반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성, 효율성, 서비스 품질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생성 AI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데이터 프라이버시, 지식재산 보호, 보안, 알고리즘 책임과 거버넌스 같은 요구 사항을 평가해 대규모 사용 사례를 기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진 가운데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에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뚜렷하게 인식하는 이들은 ‘최고데이터책임자(CDO)’라고 할 수 있다. CDO는 임직원을 설득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확산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IBM의 IBV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함께 30개국 CDO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보고서 ‘데이터를 가치로 전환하다(Turning data into value)’에 따르면 한국은 CDO 활동 성과나 의사결정에 AI를 활용하는 수준이 전 세계 평균 대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조직 내 CDO 중에서도 활동 성과가 뛰어난 이들을 ‘데이터 가치 창출자(DVC)’로 분류했다. DVC는 동종 업계 대비 데이터 전략 및 관리에 투자를 최적화하고 더 큰 비즈니스 성과를 일으키는 이들이다. 전 세계 CDO 중 8%가 DVC는 분류되는데, 한국에서 DVC는 7%로 글로벌 대비 적게 나타났다. 다른 CDO보다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DVC의 특징 중 하나다. 전체 CDO 중 “AI를 사용해 의사결정을 자동화한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는데, DVC는 64%가 이렇게 답했다. 한국의 CDO 중에선 59%가 같은 답변을 했다.
의사결정 자동화 외에는 한국 CDO가 전 세계 평균보다 AI 활용도가 낮았다. “데이터에 AI를 적용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린다”는 답변을 한국 CDO는 47%, 전 세계 CDO는 55%가 했다. 같은 답을 DVC로 분류된 CDO 중에서는 75%가 내놨다. 한편 모든 DVC는 “데이터가 가져오는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다” “데이터 투자는 조직 비즈니스 성장을 가속한다” “데이터는 비즈니스 혁신의 핵심 요소다” “조직의 생태계 파트너와 함께 데이터 전략에 대해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한국 CDO 중 이에 동의하는 비중은 70~90% 수준이었다.
이제원 한국IBM 컨설팅 전무는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AI를 활용하고 있고, 나아가 생성 AI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AI 기반의 변화와 혁신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AI 활용 범위와 데이터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더욱 많은 CDO들이 DVC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DVC가 비즈니스 성과를 일으키기 위해 조직에서 ‘데이터 보호’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거의 동일시하면서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에 내재한 개방성과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호 조치 간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지만, DVC는 이 과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할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적으로는 △데이터 패브릭 △중앙 집중식 아키텍처 △상호 운용성이 높은 연결된 데이터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 동시에 이러한 ‘데이터 장벽 해소(data silo bursting)’에 데이터 소유권을 보유한 사업부를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데이터 활용은 의사결정 자동화와 비즈니스 가치 창출 성과 목표 달성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도 중요한 조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4일 IBM IBV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선도 업체 SAP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와 함께 발간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내 ERP’ 보고서는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전 세계 지속가능성 전략을 결정하는 고위 임원 2125명을 조사한 결과를 다룬 이 보고서는 ERP 데이터 구조를 적극 활용하는 이들을 ‘지속가능성 활성 그룹’이라는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특징을 분석해 제시했다.
이 조사 전체 참여자 가운데 활성 그룹에 속하는 참여자 비율은 15%였다. 활성 그룹에 속하는 응답자의 기업은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려고 ERP 솔루션을 적극 활용했고 그렇게 하지 않은 다른 그룹에 속하는 기업 대비 46%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활성 그룹은 ERP를 통해 기업 내 분산된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가시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더 신뢰할 만한 결과를 도출했다. 궁극적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결과는 이후 기업 전반의 비즈니스 전환을 가속하는 바탕이 되는 기업 문화 조성에 도움이 됐다.
이민재 한국IBM 컨설팅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BTS) 리더(전무)는 “오는 2025년 ESG 공시가 의무화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이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분석해 목표 달성에 명확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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