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59조원 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것으로 자인했다. 기업 영업이익 급감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위축 등 예고된 악재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결과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세수 재추계 이전 데이터로 내년도 예산안을 짠 탓에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기업 실적이 극적으로 나아지기도 어려워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결손 지속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기존 400조5000억원에서 341조4000억원으로 조정됐다. 기존 예산 대비 59조1000억원(14.8%)에 달하는 세수가 사라지는 것이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세수 펑크의 주범이다. 올해 예산에서 104조9969억원으로 잡혀 있던 법인세는 이번 재추계를 통해 79조6000억원으로 조정됐다. 종전 대비 25조4000억원 감소했다. 상장사 영업이익은 2021년 119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81조7000억원으로 31.8% 줄었다.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납부하는 법인세가 급감한 배경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가 감소하면서 전체 소득세도 17조7000억원 깎였다.
특히 법인세는 내년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가 올해 상반기 극에 달했다. 삼성전자 법인세 비용은 올 상반기 재무제표 기준으로 1년 새 6조8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전체 657개 상장사 법인세 비용 감소액 대비 절반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 법인세 수입 규모를 올해(104조9969억원)보다 27조3320억원(26%) 줄어든 77조6649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시장 상황에 비해 낙관적인 수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도 "내년 법인세는 올해 세수 추계치보다 더 적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인정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다시 메스를 댈 수밖에 없게 됐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국세수입 총액은 367조4000억원으로 이번 재추계 결과보다 26조원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세수 펑크 내역이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년도 세수 전망이 이뤄지고 이에 기반해 예산안을 확정한 꼴이다. 8월 말까지 진행된 법인세 중간예납(전년 법인세 일부를 선납하는 제도) 실적도 제외됐다.
예산 편성에 활용된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예산안 국회 처리를 놓고 야당 측에서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내년도 세수 전망을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며 "매월 세입 실적을 브리핑하는 것처럼 계속 세수 상황을 체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 세수 전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법인세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부진한 만큼 내년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힐 가능성이 크다"며 "대규모 세수 결손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산안)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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