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는 이미 수년 전에 등장하여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가트너의 작년 CEO 비즈니스 우선순위 조사에서 정점을 찍었고 올해는 관련 언급이 줄었다. 이는 결코 중요도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디지털화를 통해 이미 빠른 기간 내에 성과를 거뒀고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 수익은 아직 회수 과정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모멘텀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디지털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테마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은 이해관계자의 압력, 규제 및 인센티브로 인하여 경제적 긴축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우선순위 조사에서 그 순위가 상승하고 있으며, 해당 조사에 응답한 CEO의 94%가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늘리거나 예년과 비슷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과 지속가능성을 서로 다른 별개의 혁신으로 간주하며 상호연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며 확장 가능한 지속가능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재생 에너지나 탄소 저장소 같은 키워드들을 생각하는데, 디지털 기술은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I를 통해 기후 변화를 모니터링 및 예측하거나, 원자재 추적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레이저 모니터링 및 머신러닝을 탄소 포집 및 저장에 활용해 누출을 방지하는 등 디지털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첫째,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지원하여 지속가능성을 향상한다. 디지털은 에너지 관리 및 최적화 시스템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솔루션을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여 에너지 플랜트 솔루션의 엔지니어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쉘(Shell)의 경우에는 스니퍼 로봇, 위성 및 드론 탑재 센서를 활용하고 사물인터넷 연결을 통해 넓은 지역을 종합 스캔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지하고 이를 감소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상품,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면서 디지털을 포함한다. 인텔리전스, 재사용 및 재판매가 새로운 솔루션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일례로 에어버스(Airbus)는 기후 변화를 감시하는 20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20개 이상을 추가 개발 중에 있는데, 여기에 포함된 공간 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해상 감시, 정밀 농업, 비상 대응, 환경 모니터링 등이 가능하다. 또, 패션 렌털 기업인 눌리(Nuuly)는 이커머스, 웹 및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옷 대여 및 재판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금전적 혜택을 제공한다. 적절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활용해 B2B(기업 간 거래) 및 B2C(기업 대 소비자) 고객과 파트너의 디지털 참여를 유도한다면 판매된 제품의 사용과 단종 처리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제너럴모터스(GM)는 'GM 에너지'라는 별도 사업부를 통해 자동차 및 주택 소유자가 전력 사용 시기와 비용을 확인하도록 돕고 에너지 지출을 줄일 방법에 대해 조언을 제공하는 GM 에너지 서비스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 GM은 향후 전기차에서 전기를 뽑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들의 월세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과 지속가능성의 상호연결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 침체에 대비해 디지털 기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에 혁신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기업은 다음 비즈니스 주기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을 통한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해 성장을 이뤄 선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시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