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위기의 역설] '덤핑' 이어 IRA 우회 진출···'믿었던' 美서도 피곤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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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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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안전지대였던 미국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업체가 미국의 규제를 우회해 속속 시장 공략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전지대로 평가됐던 미국에서마저 중국과의 경쟁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4분기부터 중국 업체가 생산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 Y 9000대가량을 캐나다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 1차 물량을 판매해 사상 최초로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 모델을 북미 지역 수출에 성공했다. 올 하반기에는 수출 대수를 늘려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업체가 생산한 LFP 배터리 가격은 일반 모델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약 20~30% 저렴하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미 유럽 등에 대규모로 공급돼 왔다.

그동안 북미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아 LFP 배터리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중국 현지의 사정이 급변하면서 중국산 LFP 배터리의 미국 시장 진출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부실에 따른 경기 침체로 중국 내부에서 배터리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중국 배터리업계는 내수 소비 수요보다 2배 이상 많은 15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과다 생산과 수요 위축이 겹치면서 중국 업체가 배터리 가격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덤핑에 가까운 방식으로 해외수출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에 테슬라도 다소 주저했던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북미 지역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올해 중국 업체의 IRA 우회 전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최근 중국 업체는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인 회사'에 적용된다는 IRA 규정을 우회하는 꼼수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중국 4대 배터리사로 꼽히는 구어시안은 현재 미국 공장설립을 허가받은 상태다. 구어시안의 본사는 중국에 있지만 1대주주는 폭스바겐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터리의 물량 공세와 IRA 우회 전략이 합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북미 공장 설립 이후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었으나 심각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미국 시장은 국내 기업에게 안전 지대로 분류돼 왔으나 앞으로는 경쟁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가격 진입장벽에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는 중인데 미국 내 중국산 전기차가 활개를 치면 보조금 받지 못하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가간 영원한 갈등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중국, 미국 등 강대국에 대응할 수 있는 판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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