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미국이 잡고 있다면 자원, 특히 희토류 등 광물 분야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이라는 강점을 업고 본격적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섰다.
20일 로이터가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 및 그 화합물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개시한 가운데 8월 한 달 동안 갈륨, 게르마늄 제품 수출량이 '제로'를 기록했다.
중국이 발표한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갈륨, 게르마늄과 같이 군사용, 민수용 목적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광물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수출 허가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허가증 취득까지는 약 45일이 소요된다고 로이터가 현지 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중국 수출업체는 "지난달에 우리는 아무것도 수출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여전히 허가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갈륨은 무선 주파수 칩에 들어가는 갈륨비소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광물로, 갈륨비소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더 높은 주파수와 열 및 온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는 광물이다. 두 광물 모두 최근 글로벌 산업계가 인공지능(AI) 및 청정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절대적 입지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갈륨, 게르마늄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이 발표한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1개 핵심 광물 중 중국이 세계 시장 공급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광물은 총 33개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모터에 사용되는 테르븀, 디스프로슘을 비롯해 10개 광물은 중국 공급량이 100%이다. 이외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에 사용되는 천연 흑연도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67%를 점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길을 막아버리면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 공급망 전체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웨이젠궈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대해 "이는 중국 반격의 시작일 뿐"이라며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은 2010년에 센카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인해 요소수 대란을 겪은 한국은 최근 다시 발표된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에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