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쟁] 치료·재활 인프라 어쩌나···"병원,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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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3-09-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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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A씨가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취업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대마초가 심신 안정에 좋다는 글을 본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상선(판매자)과 접촉했다. 구입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추적을 피하고자 비트코인 대행업체를 통해 돈을 송금했고 특정 장소에 물건을 놓고 사라지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대마초를 손에 넣는 데 3시간 남짓 걸렸다. 한 번 시작한 마약은 결국 중독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끊고 싶다. 다만 병원 몇 군데 전화를 걸어봤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마약 범죄의 현주소다. 24일 아주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기관은 지난 3월 기준 24개로 병상 수는 360개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입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24개 치료 기관 중 병상 수를 많이 보유한 상위 10개 병원을 보면 국립부곡병원이 100병상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마더스병원(84), 신세계병원(32), 인천참사랑병원(30), 은평병원(25), 국립나주병원(10), 국립춘천병원(10), 계요병원(10), 대동병원(10), 용인정신병원(10) 순이었다.

이 중 입원 치료가 ‘불가하다’고 한 곳은 국립나주병원, 국립춘천병원, 대동병원, 마더스병원 등 전체의 40%에 달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외래 진료는 가능하나, 병상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입원이 가능하다’고 말한 기관은 인천참사랑병원과 신세계병원, 용인정신병원까지 총 3곳에 불과했다.

실제로 10개 기관 중 절반인 5개 병원(국립나주병원, 계요병원, 국립춘천병원, 은평병원, 마더스병원)은 현재 마약 치료로 입원 중인 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나주병원 관계자는 “사실 최근 10년 동안 마약치료로 입원했던 환자는 없었다”면서 “병원 운영상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약 치료 지정 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고 병상이 있다는 곳을 지정한 것”이라며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은) 치료하는 병원에 대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약 치료를 하고 싶어도 위치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마약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 내, 부산 등이 주를 이루는데 해당 지역에서 복지부가 지정한 마약 치료 기관은 8개 수준이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은 “사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도 중독에 대해 세부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는 전국에서 10명도 안 된다”면서 “복지부에서 마약 치료가 가능한 지정 병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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