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여간 걱정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멈춰 설 수도 없는 일이다. 원인을 좀 더 찾아 진일보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게을리한다면 지방정부라도 나서야 한다.
물론 그동안 국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사회 인프라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도 주지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볼 때 무제우사(無濟于事)라면 다시 돌아봄이 마땅하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저출산 문제 해결 접근법'은 매우 유의미하다. 하석상대(下石上臺)식 저출산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닌 미래 행복 추구형 해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가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충분하지 않은 청년 세대에게 아이를 낳으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서 더욱 그렇다.
참석자들은 주거 일자리 등에 관한 거대 담론보다 아이 키우기가 행복한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리고 돌봄이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과 관계가 높다는 것에 공감했다.
김 지사도 회의 전 모두 발언을 통해 “이 회의의 목적은 저출생 문제 해결이 아니라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구가 줄어서 앞날이 밝지 않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인구톡톡위원회에서는 거대담론 말고 실제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내 삶과 관련된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와 해결 방안을 쌓아나갔으면 좋겠다”며 “제 임기가 3년 남았는데 매달 이 회의를 한다면 36개월 동안 3개씩만 고쳐도 108개를 고칠 수 있다. 도민들이 참여해서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위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실질적 논의를 주문했다.
저출산이 눈앞에 닥친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테두리에서 바라보는 미래의 행복 문제라는 김 지사의 철학을 읽기에 충분하다.
김 지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경기도가 앞으로 추진하려는 시책도 주목받고 있다. 가족친화 조직문화 확산(가족친화기업 특별보증 금융지원)과 둘째아이 돌보미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확대, 위기 임산부 핫라인 구축, 기회관람권 제공(박물관 등 무료 관람, 체육 시설 이용) 등 실행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서다.
정치인들의 속성은 단기 효과가 높은 시책과 정책을 선호한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선출직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주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정책의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는 현안의 해결을 추구한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 창출이라는 본질 문제에 집중하는 김 지사는 좀 다른 듯하다. 정치인들의 기피 정책으로 굳어진 출산 장려 정책이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하지만 이를 괘념치 않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성적표가 초라하다. 결과에서 보듯 저출산 문제는 시간과 돈이 드는 난제 중 난제다. 그렇지만 피해 갈 수만 없는 것 또한 출산율 저하 문제다. 이를 ‘미래’와 ‘행복’이라는 담론을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김 지사의 철심석장(鐵心石腸·굳센 의지나 지조가 있는 마음)에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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