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반등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연초만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하락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잇단 규제 완화 정책과 함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금융 효과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벗어나 연착륙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집값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매수자들이 시장 반등을 이끌었지만 고금리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내 불안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아파트 값 지표는 상승세지만 매물이 쌓이고 거래량 증가는 둔화되는 등 경고음이 울리며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정부가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대출 조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신규 매수 수요가 더 얼어붙어 이 같은 시장 관망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쌓이는 매물에 거래량도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올해 1월 1412건에서 6월 3849건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7월(3590건) 들어 하락했다. 8월 3766건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6월보다는 감소한 수치다. 분양·입주권 거래량도 6월 88건에서 7월 75건, 8월 47건으로 감소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수 심리가 꺾이는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지난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전주(89.8) 대비 0.5포인트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9월 셋째 주(18일 기준) 0.12% 상승하면서 전주(0.13%)보다 상승 폭이 작아졌다. 지난 5월 22일 상승 전환한 뒤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상승 폭은 지난달 말부터 횡보하고 있다.
시장 지표가 이처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반등세를 타고 매도자들은 호가를 높이는 반면 매수자들 사이에선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점차 관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을 멈추고 회복세를 보일 당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매수자들이 늘어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하면서 매수자 수요 향방도 주목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3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고 가산금리까지 적용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하고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요건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대출 규제라는 수요 억제책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 가장 결정적인 방법"이라며 "매수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규제가 완화됐던 시기에 이미 대출을 받아 대부분 매수했다고 보고 지금은 매수 세력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대출 억제, 가격 상승 부담 등으로 당분간 시장이 횡보할 것으로 바라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현재 가격 상승 폭도 크지 않고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회복이 이뤄진 후라 당분간 금리, 대출 억제 등 변수에 따라 집값은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앞서 규제 완화, 대출 완화 등으로 '살 사람들은 대부분 샀다'는 인식이 크다"며 "연말이 지나며 다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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