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되고 있는 아파트 거래시장과 달리 연립다세대(빌라)·단독·다가구(단독) 주택 등 ‘비(非)아파트’ 시장은 최악의 침체를 맞으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에 따라 아파트에 수요가 쏠린 반면, 빌라의 경우 전세사기 사건을 겪으며 비아파트 매수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1~9월 빌라 매매거래량은 1만5251건으로 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1~9월 기준)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량(2만5836건)과 비교하면 41.0% 줄었다. 올해 1~9월 단독주택 거래량 또한 1718건에 그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아파트가 2만6594건 거래되며 지난해 동기(9834건) 대비 170.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앞서 비아파트는 아파트의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다. 아파트값이 워낙 많이 오르자 수요자들이 차선책으로 빌라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역대급 거래절벽까지 이어졌고, 정부가 강하게 옥죄던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풀었다. 이에 투자 수요가 아파트로 다시금 이동했고 동시에 빌라를 중심으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까지 발생하며 비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추락했다.
가격 차이도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0.01% 반등한 이후 6월 0.17%, 7월 0.27%, 8월 0.48%로 상승폭을 키웠다. 이와 달리 빌라는 2021년 6월 시작된 하락세가 꾸준히 이어지며 지난 8월까지 한 차례도 상승하지 못했다. 단독주택의 경우도 빌라와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였다.
전세시장 또한 같은 이유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서울 전세가격 지수가 지난 6월부터 상승전환한 반면 빌라와 단독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여전히 하락 중이다. 전셋값 하락세는 매매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서울 구로구에서 빌라를 전문으로 매매를 하는 한 공인중개업자는 “전세사기 사건 발생 이후 빌라 전문 공인중개업자 중 폐업을 한 경우가 상당수 발생할 만큼 일거리가 줄었다. 나도 부업을 하는 중”이라며 “빌라를 찾는 사람이 줄었고, 특히 전세 거래가 많이 어려워지면서 갭투자 또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비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일부 지역 빌라 등이 아니라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박모씨(38)는 “2015년 당시 신축 빌라를 매수한 뒤 지난해 이맘때쯤 팔겠다고 내놨는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라며 “매수 당시와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매물을 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는 이 기간 2배가량 올랐는데, 빌라는 제자리 수준”이라며 “돈을 빌려서라도 그 당시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 후회막심”이라고 토로했다.
현장과 시장의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시장이 점점 침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그래도 낮았던 환금성이 최근 거래절벽으로 인해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하락한 상황이라 굳이 비아파트를 사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아울러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등 우려로 인해 (자산으로서) 안정성이 너무나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또한 “실거주를 위해 빌라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임대차 계약을 통해 현금 흐름을 만들거나, 개발을 염두에 두고 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 전세사기 등 우려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우니 매수하는 사람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아파트와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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