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사과보다 비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둘다 가격이 같은데 손님이 없어요."(영등포전통시장 과일가게 상인 박모씨)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초입에 위치한 과일가게에서 70대 여성 김모씨와 단모씨가 한참 매대에 서서 구매할 사과를 고르고 있었다. 체감상 5분 넘게 사과 10개를 고른 김씨는 "(명절만 되면) 누가 그렇게 가격을 올리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사지 말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초입에 위치한 과일가게에서 70대 여성 김모씨와 단모씨가 한참 매대에 서서 구매할 사과를 고르고 있었다. 체감상 5분 넘게 사과 10개를 고른 김씨는 "(명절만 되면) 누가 그렇게 가격을 올리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사지 말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단씨는 "마트 사과는 4개에 1만6000원이니, 아직 시장이 저렴하다"고 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시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시장을 찾는 이들은 마트보다 시장 가격이 저렴해서였다. 오후 1시께 시장 초입에 있는 과일가게만 사람이 있었고, 옆에 있는 가게엔 10분이 넘도록 손님 3명 밖에 없었다.
추석 물가 안정 '총력'에도 소비자들 "돈쓰기 겁난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시장을 찾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 각 37곳을 대상으로 추석 제수용품 27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기준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이 전통시장은 평균 29만5939원·대형마트는 36만7056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시장을 찾은 대부분 사람들은 걸어가며 가격을 훑어보기만 했다.
정부는 올해 추석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농·축·수산물 20대 추석 성수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기간보다 20대 추석 성수품 가격이 6.4%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20대 성수품은 배추·무·마늘·양파·감자·사과·배·밤·대추·잣,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 명태·갈치·오징어·참조기·마른멸치 등 농·축·수산물이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과 달리 소비자들은 시장 물가가 많이 올라 장보기가 두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근처에서 만난 40대 정모씨는 "(추석에 필요한 물품만) 인터넷으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형님댁도 보면 예전 명절처럼 (과일이나 음식) 많이 준비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장에서 가족과 친지들에게 줄 품목을 고르고, 구매는 쿠팡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할 생각이다.
수산시장 상인들 "눈으로 보고 갈 뿐, 구매는 마트에서"
이날 늦은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사람들이 가게마다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은 상황이다. 오염수가 방출되고 나서부터는 생선을 보기만 할 뿐 구매하지 않는 손님이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시장 입구 근처 가게를 운영하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회 총무인 김휘수씨(50대)는 "아직은 제수용 도미나 고등어는 많이 사간다"면서 "(손님들이 사가는 생선들은) 대부분 지난해 정부 비축분이나 올해 초반에 잡힌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와 비교하면 확실히 팔리는 (생선) 양은 줄었다"고 덧붙였다.
제수용 생선을 파는 선어 코너 골목엔 비교적 손님들이 있었다. 선어는 '신선한 물고기'를 뜻하는데, 선어 코너는 보통 살아있는 상태로 운반이 어려운 민어·도미·홍어·꽃게·전복 등을 판다. 그러나 이 곳에 있는 손님들은 생선을 이리저리 훑어보기만 할 뿐 실제 구매까지 하지 않았다.
한 상인은 "요즘은 도미나 동태 같은 생선을 제수용으로 많이 사러 온다"면서도 "(우리 가게에선) 생선 5만원 어치 사면 2만원 상품권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사지 않고 오지도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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