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병법 36계에 속하는 하나하나의 계책은 모두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 하나의 계책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M&A병법은 다양한 퍼즐 조각을 다양한 모습으로 운영하는 능수능란함이 있어야 한다. 적군과 아군의 전력이 비슷할 때에는 먼지 한톨만 옮겨 놓아도 전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은 조그만 구멍에서부터 시작된다. 거대한 규모의 적이라 할지라도 조그만 틈새를 만들면 무너트릴 수 있다. 때문에 전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정규군으로 전쟁을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게릴라군과 정보원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대표이사 1인만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하고, 해임하며, 상장되어 있는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대부분 3인 이상의 이사들로 구성되며, 이사회의 의결권은 1인 1의결권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으로 경영권을 갖는 방법도 있지만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사들을 아군으로 포섭하는 것도 하나의 계책이다. 국가권력에서 쿠테타가 있듯이 주식회사에서도 경영권에 대한 쿠테타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방어자 또한 공격자의 돈줄을 차단해버리는 전략도 있다. 돈줄을 차단하면 아무리 강한 공격자라도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서 만들어지는 전리품은 경영권 분쟁과정에서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적군으로부터 전리품을 빼앗으면 아군의 전력은 2배로 증가한다. 아군의 전략은 상승하고, 적군의 전력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작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의 목표에 혼란이 발생하는 일은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주식회사는 본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퍼즐 조각이다. 퍼즐 조각은 틈만 보이면 산산조각으로 분해된다.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은 퍼즐 조각이 분해되려는 힘의 작용이다. 때문에 경영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퍼즐 조각들을 구성체계에 맞게 통솔해야 한다. 상장기업의 일반주주들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 보다는 시장에서의 주가차익과 배당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수시로 주식을 매매하며, 정작 회사의 근간이 되는 경영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때문에 대상기업의 경영자들도 일반주주들의 힘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게 가치 없어 보이던 일반주주들이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권력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평상시에 일반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 경영권 강화 전략으로 으뜸이며, M&A병법 36계 중에 제12계에 속하는 순수견양(順手牽羊)의 계책이다.
순수견양의 계책을 직역하면, “기회를 틈타 양떼들 중에서 한 마리를 몰래 데려간다”는 뜻이다. 주인은 수 많은 양떼들 중에서 한 마리가 없어진 것을 쉽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마리씩 계속 몰고 가다 보면 본인도 양떼를 거느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양들 하나 하나가 소액주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병법에 “황하는 개울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았으므로 큰 강을 이룰 수 있었고, 태산은 한 줌의 흙이 쌓이는 것도 사양하지 않았으므로 높은 산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일반주주들은 지배주주나 소수주주와 연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일반주주들의 세력을 모아 퍼즐 조각을 맞추면 경영권은 철옹성이 될 수 있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적다고 해서 방치하면, 결국 상대방이 의결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의결권의 수는 2배로 불리해지게 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의사결정방식은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에 의한 다수결의 원칙으로 경영권이 결정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대주주가 다수결의 원칙을 남용한다면 소수주주(Minority Shareholders)의 정당한 권리가 무시될 수 있으므로 상법은 소수주주의 보호를 위해 일정요건을 갖춘 주주들을 보호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소수주주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총수의 1%, 3%, 5%, 10% 이상의 주식수가 필요하다. 소수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으로는 누적투표제도, 주주제안권, 외부감사제도, 의결권 대리행사, 서면투표제도 등이 있으며, 소수주주가 아니라도 대주주 및 경영자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법률에 의한 방법, 일반주주 또는 소주주주에 의한 방법, 채권단에 의한 방법, 사외이사를 비롯한 경영자간에 의한 방법, 감사에 의한 방법, 기업사냥꾼들이 주로 사용하는 적대적 M&A에 의한 방법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는 회사의 경영활동을 주주가 선출한 이사에게 위임하고, 이사의 부당한 업무처리는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통하여 견제하고, 주식회사의 운영체계는 이사의 경영에 대한 책임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근거한 업무처리와 감사의 철저한 업무견제, 주주 및 이해관계자에 대한 투명한 공시 등을 통한 효율적 경영을 추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회사의 업무집행이 특정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등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위로 회사 또는 주주에게 손실이 발생된 경우 또는 손실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소수주주권과 같이 경영권을 견제하는 기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수주주권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영권 분쟁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운동과 같은 방법으로 평상시에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모일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적대적 M&A가 발생한 기업의 주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주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어느 일방의 승리로 쉽게 끝이 나면 주식가격은 다시 폭락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경영권분쟁에 진 것처럼 위장하고, 주주들의 호응이 있을 경우에는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일반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순수견양의 백미는 새끼가 딸린 어미 말을 손쉽게 데려오기 위해서는 새끼를 먼저 데려가는 것이고, 새끼를 데려가면 모성애가 강한 어미 말이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적대적 M&A를 시도하거나 방어하는 세력들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후에 소액주주들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의결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권유 행위를 한다. 하지만 이때에는 많은 법률적 규제가 있고,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받기도 어렵다. 대상기업으로 선정한 후에 소액주주를 관리하거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액주주들을 한 두명씩 포섭하여 둔다면 많은 수의 의결권을 미리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주식수가 아무리 작다고 하여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주주를 끌어들인다면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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