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의원이 26일 선출됐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계파 갈등이 불거진 상태라 친명계의 비명(비이재명)계 탄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오후 개최된 21대 국회 제4기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 새 원내대표로 뽑힌 홍 의원은 취임 일성으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힘과 동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의 가결표 색출에 비판이 많다'는 질문에 "우리 당의 미래, 통합과 원칙 있는 정당으로 다시 나서는 데 어떤 게 좋을지 숙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입장을 내겠다"고 말을 아꼈다.
당 안팎에선 홍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민주당 지도부의 '친명화'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 중진인 홍 의원은 올해 4월 열렸던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가 밀던 후보였지만 당시 선거에서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의 경쟁에서 밀린 바 있다. 김근태(GT)계 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이며,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 '더 좋은 미래'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및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진행으로 계파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 당선이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비극적인 소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현재 강성 지지자와 일부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이른바 '반란파' 의원들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민주당 각 의원들에게 어떤 표를 던졌는지 공개하라는 등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해당 행위'를 했다며 벼르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가결 투표는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가결 투표를 했다고 밝힌 의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예고했다.
당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갈등 봉합에 힘써주길 기대하고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새 원내대표 체제에서까지 비명계 의원을 색출하고 찍어내는 등 내홍을 굳이 길게 가지고 갈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며 "서로 파가 갈려서 싸워봤자 당에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들 중에서도 강성인 분들이 다수 있는데, 새 원내대표는 한쪽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3선 중진 의원인 만큼 우리 당을 위해 하실 수 있는 역할이 어떤 것들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은 "후보로 나온 셋 다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표명했으니 누가 되든 비슷했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누가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꼬았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앞으로 당이 어떻게 되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애국자인데 당에 애국자가 한 명도 없다"며 "그러니까 정신을 못 차리고 당을 보완할 생각도 안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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