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부동산시장 위축에 따른 전세사기 및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등으로 임대차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당분간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보증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 전세제도 유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27일 KB금융그룹 산하 KB금융경영연구소 손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전세의 월세 전환 점검' 보고서를 통해 "전세제도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기반으로 지속되는 제도로, 근래 주택가격 하락과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공공 차원에서 전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전세시장 불안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매매시장이 위축돼 월세가 주된 임대차 형태로 대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특히 전세사기의 주요 대상이 된 수도권 빌라시장은 당분간 월세 전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은 대부분 계층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인 데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으로 맡기는 목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월세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전세제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연구소 측 시각이다. 이를테면 보증금 규모가 큰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월세 전환 시 주거비 부담이 세입자 소득 수준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보증금 규모가 작은 소형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 계약의 절반 가량이 월세로 진행되는 등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소 측은 "월세는 중대형 아파트에 있어서 전세의 대체재로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전세 거주자의 상당수가 30대 이상인 3~4인 가구로 어느 정도 자산과 소득을 보유하고 있긴 하나 현재 서울 30평대 아파트 시세인 보증금 7억 원 상당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280만원에 달하는 월세가 발생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와 같은 주거비 부담은 대다수 세입자 입장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세제도는 목돈을 맡기고 향후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자가 주택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전세 수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소 측 분석이다. 연구소는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는 임대료 체납 리스크가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월세 전환 시 목돈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이 있어 전세를 선호한다"며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한국의 오래된 관행인 만큼 인위적으로 폐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소 측은 월세 전환이 확대될 경우 임차료 부담은 향후 주택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월세에서 자가로 이동을 원하는 수요층을 위한 주거 지원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소 측은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양도형 임대주택은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월세를 납부하면 계약 종료 시 세입자에게 주택을 양도하는 구조"라며 "공공기관의 임대주택 사업이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추진 시 월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지원 방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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