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추방, 북미 대화로 이어질까…美 "北에 열려 있어…돌파구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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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9-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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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킹 왜 풀어줬나…단순 불법 이민 간주 가능성

  • 美 "北과의 소통 채널 중요"…대화 재개는 '글쎄'

  • 美, 中에 감사 표하면서도 중재자 아닌 '경유지' 일축

사진EPA 연합뉴스
[사진=EPA·연합뉴스]


북한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신병을 71일 만인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측에 인계했다. 외신은 킹 이병의 인계는 북·미·중 3국 협력의 드문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협력이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국은 북한과의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안이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한 중국이 중재자가 아닌 경유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킹 이병이 27일 밤늦게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北, 킹 왜 풀어줬나…단순 불법 이민 간주 가능성
북한에서 추방된 킹 이병은 중국 단둥과 한국 오산 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이송 중이다. 스웨덴 정부 팀이 북한으로 들어가 킹 이병과 함께 북·중 국경을 넘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주중 스웨덴 대사, 미 국방부 관리 등이 중국에서 킹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킹 이병은 국무부 항공기로 중국 선양으로 이동한 뒤 한국 오산의 미군 기지에서 미 국방부에 신병이 인계됐다.
 

로이터는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을 단순 불법 이민으로 판단하고 추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정부 내 열띤 논쟁에도 불구하고 킹 이병을 전쟁 포로로 선언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킹 이병은 미국 사회와 미군 내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환멸을 느껴 월북을 단행했다고 북한 당국에 말했다.
 
AP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킹을 추방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서도 “북한 당국이 하급 군인인 킹의 영향력이나 정보 수집 측면에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킹을 추방하는 것보다 붙잡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월북했더라도 킹은 민간인이 아닌 미국 군인이기 때문에 그의 신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강력 반발 등을 우려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美 “北과의 소통 채널 중요”..북미 대화 재개는 '글쎄'
킹의 석방은 수개월 간의 치열한 외교전 끝에 이뤄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킹의 추방을 위한 대가로 북한에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향을 거듭 강조했다. 킹의 추방이 북·미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미국 정부는 북한과 외교 가능성에 여전히 아주 열려있다"며 "우리 생각에 이 사건은 관계가 긴장된 상태에서도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게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안이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작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북한이 적극 대화에 임하지 않는다면 관계 단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수차 말한 대로 우리는 북한과 외교에 열려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항상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것을 어떤 (외교적) 돌파구의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킹 이병을 되돌려 보낸 것은 일회적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밀러 대변인은 중국이 이번 사안에서 중재자가 아닌 경유지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중국이 이번 사안에서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이달 초 스웨덴을 통해서 북한이 킹을 추방하기로 한 사실을 입수했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스웨덴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킹 추방을 이끌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AP는 전했다. 그간 스웨덴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 내 미국인 억류 사안 등에서 영사 업무를 대행해왔다.

또한 북한은 킹 이병의 신병을 두고 미국 정부와 대화 재개에 나설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외신들은 "스웨덴이 북한의 대화 상대였다”고 짚으며, 이번 사안이 북·미 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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