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한미일 3각 군사협력에 대해 '미일《한》 3각 군사동맹'이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을 사용해 주목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러‧북 관계'라는 표현을 공식 사용하는 등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 후순위에 두는 것에 대한 맞불 대응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北 "미일한 3각 군사동맹, 세계평화에 중대 위협"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적대적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미일《한》 3각 군사동맹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의 장본인인 나토(NATO)의 존재야말로 유엔(UN)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암적 존재이며 세계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러시아) 련방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에 대한 미국의 불법 무도한 적대감과 간섭기도가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심화되는 북러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반박한 이다. 임 부상은 "최근 미국은 조로(북러) 선린 우호관계 발전을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인 듯 세계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패권적 사고방식을 드러낸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조로관계는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 군사적 위협과 간섭을 억제하기 위한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루이며 전략적 지탱점"이라며 "조로 선린 우호 관계가 새로운 발전 고조 국면을 맞이함으로써 국제 역학 구도의 평형성이 보장되고 세계의 전략적 안전 환경도 일층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논평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국을 '《한》'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그간 북한은 우리 정부를 부를 때 '남측' 혹은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통상 사용했지만, 지난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남북 관계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후 30여년간 유지된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간 특수한 관계'에서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로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두 개의 한국(Two-Korea)' 정책으로 전환해 일종의 '적대적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일한'으로 미국과 일본을 한국보다 먼저 호칭한 것에도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남북 관계보다 우선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실 "어떤 짓을 하든 北 맨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를 북한보다 앞서 언급한 바 있다.
통상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는 '북한-러시아'(북러) 순서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표현에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겠는데 순서 자체를 특정해서 의식적으로 말씀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원고에 '러북'이라 써 있어서 순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여기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민족 공조를 해서 어떤 짓을 하든 북한을 맨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진정으로 협력하느냐가 1차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주변 4강 동맹의 역사, 우방국의 순서에 따라 부르게 되는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서는 정해놓은 순서와 원칙은 없다"고 밝혔다. 통상 중국이 러시아보다 먼저 불리고 있기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북‧중‧러가 아닌 중‧러‧북으로 표현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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