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對)중국 수출 통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유럽연합(EU)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첨단기술 수출 통제 계획을 내놨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에 대한 안보 위험성 평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이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에 의해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인권 유린 등에 악용될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연말까지 평가를 마친 뒤 내년부터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대상국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 제한, 위험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EU 지원 확대, 공급망 자립을 위한 파트너국과의 제휴 강화 등이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다.
조사 대상 국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EU가 언급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는 민주주의·인권 등과 거리를 두는 권위주의 국가를 지칭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외정책을 내놓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EU 역시 점점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와 비슷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다.
유아가테 데마리스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지경학 전문가는 이번 평가에 대해 “중국으로부터의 위험을 제거하려는 EU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짚었다.
EU는 나아가 내년 봄까지 평가 분야를 사물인터넷·내비게이션·로봇공학 등 6개 분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EU) 위원회의 (중국 견제) 노력은 친무역파와 보호주의파 간의 내부 논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EU가 지난달 13일 예고한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역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독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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