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이내로 점심을 즐기기 힘들어졌다. 식재료 가격 인상으로 메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 외식 메뉴 평균 가격은 1만583원에 달한다.
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1만원에 즐길 수 있는 점심 메뉴는 김밥, 자장면, 칼국수 등 3개에 불과했다. 3년 전 8000∼9000원대였던 냉면과 비빔밥은 이미 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1만원 이하라고 하지만 김밥도 자장면도 가격이 부담스러워진 것은 마찬가지다. 김밥은 2020년 8월 2562원에서 올해 8월 3215원으로, 자장면은 5269원에서 6992원으로 뛰었다. 칼국수도 7269원에서 8962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삼계탕과 삼겹살도 각각 1만4462원에서 1만6846원, 1만6598에서 1만915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지난 1일부터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기업들은 흰우유 제품을 비롯한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서울우유 ‘나100%우유’(1ℓ) 출고가는 대형마트 기준 3% 올라 2900원대로 3000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올해 7월 보류했던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공급가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떠안아 왔지만 마진율이 줄며 인상분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크류바’와 ‘돼지바’ 등 바류 아이스크림의 편의점 가격은 1200원에서 1500원, ‘빠삐코’ 등 튜브류 아이스크림 가격은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랐다. 우유를 재료로 쓰는 빵,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주부터는 맥주 가격도 오른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도 평균 6.9% 인상한다. 다만 카스 500㎖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외식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까지 끌어올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 상승했다. 이 중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p) 높았다.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돈 품목은 31개로 79.5%에 달했다. 피자가 12.3%로 가장 높았으며 △오리고기(외식 기준·7.3%) △구내식당 식사비(7.0%) △죽(외식 기준·6.9%) △냉면(6.9%) △자장면(6.8%) △도시락(6.8%) △김밥(6.6%) △떡볶이(6.4%) △라면(외식 기준·6.3%) 등 순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년과 다른 것은 단순한 물가 상승 수치보다 현실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가 더 크게 다가왔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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