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또다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하 서울노동청) 앞에 섰다.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배달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이하 라이더유니온)는 10일 서울 중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노동자 2명 중 1명이 고객과 상점주로부터 갑질에 시달리고 있지만 배달노동자를 보호해 줄 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배달노동자 104명을 대상으로 부당대우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라이더 45.2%가 ‘고객에게 폭언과 폭행을 겪었다’고 답했다. 상점주에게 폭언·폭행을 겪었다고 답한 라이더들은 51.9%로 더 많았다.
고객이 행하는 갑질 유형으로는 고의적 거짓말(32.7%)이 가장 많았다. 이어 반말(28.8%), 직업비하(25%) 순이었다. 상점주가 행하는 갑질 유형으로는 반말(31.7%)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욕설(17.3%), 부당업무강요(16.3%)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달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정도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더유니온 자체조사 결과 배달노동자 10명 중 8명이 감정노동으로 인해 심각한 정서적 손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더유니온은 “현행법상 배달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취약노동자 보호 대책에 배제된 상태”라며 “더 큰 피해가 없도록 실효성 있는 노동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배달노동자도 취약직종으로 구분 짓고 고객응대근로자로 보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 응대 근로자로 보호될 수 있는 대상이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종사자’로 한정돼 복수의 플랫폼에 속해 일하는 배달 노동자는 여전히 취약노동자 보호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지난여름 온열질환 대책에서도 배달노동자가 배제되더니, 이젠 취약노동자 보호 대책에서도 제외돼 △휴게시설 설치 △감정노동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노동부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단체와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장에 참석한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도 “산재보험에서도 이미 폐지된 전속성 기준을 토대로 배달노동자들이 근로자로서의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법이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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