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은 756조3209억원으로 지난해 말(703조6747억원)보다 52조64622억원(7.5%) 늘었다. 5대 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가계대출(695조830억원)이 기업대출(694조8890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10월 이후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해 올해 기업대출은 꾸준히 우상향하며 가계대출과 차이를 벌렸다.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기업금융을 강조하고 나섰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은행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가계대출 영업 실적이 예년만 못하자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금융·통화당국은 가계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면 안 된다는 인식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최대한 억눌렀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통한 자산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을 지난해 말 144조828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55조5689억원으로 반년 새 10조7405억원(7.4%) 늘렸다. 여타 은행들이 같은 기간 2~3% 성장세를 보인 것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우리은행 역시 기업대출 자산을 올해 상반기 말 161조원에서 2027년 237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급격하게 덩치를 불린 기업대출 규모에 비례해 부실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억제하고 있는 가계부채보다 기업대출 규모가 더 커진 상황에서 기업대출에서 대부분(82.4%)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말 국내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1년 전보다 0.17%포인트 뛰었다.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대출로 불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부실 리스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은행과 주요 국책은행(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지난 8월 말까지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나간 대출 금액만 54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기업대출에 대한 제재가 두드러지지 않고 시장 불확실성도 여전해 당분간 기업대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특히 은행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진을 공격적으로 낮춘 만큼 향후 부실 리스크 관리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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