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에 따른 은행 영업일수 감소와 대출 억제 방안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가계부채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금융당국은 뾰족한 대책 없이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9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79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대체로 감소세를 유지했지만 4월(+2조3000억원) 반등한 뒤 6개월 연속 불어나고 있다.
특히 9월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33조9000억원)이 6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은 3년 6개월 만에 7조원대에 이른 8월보다 줄었지만 이달 이사철과 연휴 효과 소멸 등으로 증가 폭은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가 7%대로 올라섰지만 부동산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심리가 커진 것도 증가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가계빚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미뤄놓고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는 비상식적 상품"이라며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우려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을 갖고 있다면 (은행이) 그러한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하거나 의견을 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돈 욕심' 때문에 출시한 50년 주담대 상품을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꼽으며 사실상 은행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한국은행을 향해서도 정책 공조 대신 비난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행은 물가와 환율, 외화자금 등 시장 안정을 통해 금리 정책을 가져가야 하는데 서민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올리면 서민이 어떻게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이번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정부의 '엇박자' 대책으로 돌리고 있다. 부동산 매수 대기 상태인 가계가 많았던 상황에서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부 완화했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상품이 부동산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게 주담대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규제가 완화된 최근에는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 대출을 받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다.
한 금융지주 연구원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 등 부동산 규제를 푼 데다 빚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친 영향이 크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 전반에 걸친 거시·미시적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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