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 문의하는 손님은 많은데 매물은 자취를 감췄어요. 서울 시내에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동네다 보니 한창 가격이 떨어졌을 땐 계약이 많이 체결됐는데 지금은 남은 물량이 없어서 올 5~6월 대비 전셋값이 20% 정도 올랐을 정도예요."(은평구 녹번동 공인중개사 권모씨)
12일 찾은 은평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전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반기에 전세계약이 적극 체결돼 매물이 다수 소진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도심부와 거리가 있고 가격대가 비교적 낮은 은평구까지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서울 외곽 지역까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응암동 공인중개사무소 김모 대표는 "상반기는 물론이고 7~8월과 비교해도 전세 물건이 상당히 줄었다. 인근 500~600가구 규모인 단지에 전세 매물이 총 5개 안팎, 1300가구 단지는 전용 59㎡ 기준 1~2개, 전용 84㎡는 5개밖에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과 얼마 전만 해도 5억원대에 거래되던 전용 84㎡ 전세매물이 최근엔 6억5000만원까지는 고려해야 하고, 좀 더 관망하다가 7억원 이상에 내놓겠다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녹번동 공인중개사 A씨는 "저렴한 전세 매물들은 여름을 기점으로 거의 다 빠져나갔다"며 "요즘은 임대인들도 가격을 높여 세를 내놓고, 기존 세입자들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매물이 잠겨 전세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색동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세 물량이 많이 귀해졌다"며 "최근 전용 84㎡가 6억원에 거래됐는데 지금도 계속 물량이 빠지고 있어 6억5000만원에 계약한 임차인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은평구 전세 매물은 822건으로 한 달 전 1198건보다 31.4% 감소했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매물 감소세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석 달 전인 7월 12일(1962건)과 비교하면 전세 매물이 58.2%나 줄어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SK뷰아이파크 단지 [사진=박새롬 기자]
5월 말 이후 반등한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2일 6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난 7월 전세계약(6억500만원)과 비교하면 두 달 새 5500만원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올해 초 대부분 5억원 후반대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다 올 상반기 동안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지난 4~6월 6억원대 초반에 주로 계약됐던 힐스테이트녹번역 전용 84㎡는 이달 신규 계약 두 건 모두 7억원에 체결됐다.
응암동 백련산SK뷰아이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23일 6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7월에는 5억원, 8월에는 5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두 달 새 1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진관동 은평뉴타운폭포동힐스테이트4-1단지 전용 85㎡는 이달 전세계약 4건 모두 3억255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7월 최고 가격(3억6075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7월 총 3400여 가구에 달하는 3개 단지 입주장으로 전셋값이 빠르게 하락했던 수색뉴타운도 최근 들어서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신축 입주가 대부분 마무리되며 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 전용 59㎡는 지난달 23일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4월 3억8000만원대, 6월에는 4억원 초반대에 거래된 곳이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전셋값이 2년 전 최고가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인근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세를 찾는 고객은 많은데 물건이 없다 보니 거래가 많았던 4~5월보다 가격이 15~20% 정도 올랐다"며 "조금 더 지나면 최고점이었던 2021년 가격 혹은 그때 대비 90% 수준까지는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