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투자자문사 임원에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억대 벌금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일부 이용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모 여부에 대한 판단은 생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53)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벌금 1억5000만원도 함께 선고했다.
재판부는 “2년 넘게 조직적으로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시세조종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수사 도중 1년 동안 도피하기까지 했다”면서도 “다만 시세차익 실현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기간의 주가 변동을 모두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점, 다른 공범의 형량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김건희 명의 계좌를 운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범들과 함께 일부 시세조종 계좌로 운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다만 또 다른 김건희 명의 계좌와 최은순 명의 계좌를 통해 이뤄진 주식거래는 인위적인 시세 상승 등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씨는 검찰이 지난해 8월 공범에 대한 재판에서 공개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민씨는 재판에서 “해당 파일을 처음 본다. 저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민씨가 지난 2009년 12월∼2012년 12월 의혹의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하고,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려 107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본다.
검찰은 지난 2009∼2010년 1차 시세조종과 2010∼2012년 2차 시세조종을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원된 주식계좌나 공범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1차 시세조종은 10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 107억원에 대해서도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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