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하면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35년 만에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대법원이 사법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법원은 업무 부담이 늘어난 대법원장 권한대행에 대해 사건 배당을 줄이고 즉각 대법관 회의를 열어 대법관 후임 인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근본적으로 조속히 정치적 논쟁을 뛰어넘을 '신망 있는' 후보자 지명을 통해 비어 있는 대법원장 자리를 하루빨리 채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대법관 회의···권한대행, 대법관 임명제청 가능할까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6일 오후 2시 대법관 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관해 논의한다. 이 후보자 낙마로 대법원장 공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을 현재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안철상 대법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앞서 지난달 25일에도 대법관들은 회의를 열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으로 대법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대법원장 고유 권한인 전원합의체 재판장 역할을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지, 후임 대법관 제청과 법관 인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제청을 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자칫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 2명까지 공석이 되면 사법부 운영과 재판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법관 회의에서는 권한대행이 임명제청을 위한 사전 절차를 미리 진행할 수 있는지도 논의해 새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바로 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다룰 전망이다.
대법원장 공백 상황으로 안철상 권한대행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12일 대법원은 우선 '대법원 사건 배당에 관한 내규'를 개정해 권한대행에게 배당되는 새로운 사건 수를 줄이기로 했다. 개정 내규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에게 주심 사건으로 배당하는 양을 2분의 1 범위에서 줄이거나 아예 배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신망 두터운 새 후보자 나와야"···변협도 후보자 추천 나서
법조계는 법원이 공백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적정한 인사 추천을 통해 대법원장 자리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도 후보자 공개 추천에 나섰다. 변협은 1999년부터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를 추천해오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인 지난 8월 관행을 깨고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변협에서 후보 추천을 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임명권과 국회 동의권이 충돌하고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변협은 곧바로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에게 새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변협은 사법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16일 후보자 3~5명 정도를 추천할 방침이다.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국회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적합성을 두고 충돌이 있더라도 사법부 안정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대법원장 자리를 공백으로 두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정치적 이유로, 특히 야당이 당론으로 대법원장 인준 문제를 정했다는 것에 법원도 큰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후보자를 정할 때는 정치적 이유만으로 함부로 낙마시킬 수 없도록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신망이 두텁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만한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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