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역(逆) 기러기 아빠'가 국내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낸 돈에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베트남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양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3년 베트남에 페인트·니스 유통 회사를 설립해, 2016년 말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베트남에서 임시거주증을 발급받고 현지에 장기간 머무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남은 배우자·자녀의 생활비 지원과 부채 상환을 위해 2017년 2억5400여만원, 2018년 2억8900여만원의 회사 배당소득을 각각 국내 계좌로 송금했다.
이에 A씨는 조세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국내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인 동시에 베트남 개인소득세법에 따른 베트남 거주자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한국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거주자는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A씨는 가족이 거주하는 국내 아파트에 주민등록을 유지하면서 2017∼2018년 총 187일을 체류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는 2016년 말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베트남에서 보냈고, 회사의 자산 규모는 2018년 31억원까지 크게 늘었다"며 "원고가 주된 사업 활동을 영위하면서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곳은 베트남"이라고 판단했다. 한국과 베트남이 맺은 조세조약에 따르면 '개인이 양 국가의 거주자가 되는 경우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를 거주국으로 판단한다'고 규정한다.
이어 "원고는 베트남 현지에서 모범납세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며 "원고의 가족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한국에 더 큰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