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이전 회복까지 최소 2년…정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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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김봉철 기자
입력 2023-10-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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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韓 단체관광 재개 두 달…제주 롯데·신라면세점 가보니

지난 13일 크루즈를 타고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지난 13일 크루즈를 타고 입국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크루즈가 제주에 입도한 지난 13일과 달리 14일에는 롯데면세점 제주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봉철 기자
크루즈가 제주에 입도한 지난 13일과 달리 14일에는 롯데면세점 제주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봉철 기자]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분위기가 확 바뀔 겁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은 최소 2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면세업계 관계자)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1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코로나19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6년 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 지 두 달가량이 지났다.
 
지난 14일 제주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찾았다. 제주는 명동·부산 등 다른 지역의 시내면세점과 달리 외국인 매출 비중이 95%를 넘어설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 기간 중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곳이기도 하다. 두 곳 모두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가 철수한 가운데 ‘리빌딩’에 한창이었다.
 
1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약 7만5000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만7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추석 연휴와 중국 국경절 연휴가 겹친 이른바 ‘골든위크’(9월 29~10월 6일)와 ‘한글날 연휴’를 지나고 첫 주말의 제주 면세점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 14일 롯데면세점 제주점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의 모습 사진김봉철 기자
지난 14일 롯데면세점 제주점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의 모습. [사진=김봉철 기자]

◆中국경절 ‘골든위크’ 후 첫 주말 한산…크루즈 입도 여부 따라 편차 극심
 
이날 오전 롯데면세점 문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1층에 이랜드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인 ‘후아유’ 매장이 눈에 띄었다. 보통 면세점 1층에는 명품 브랜드들이 주로 배치돼 있는데 ‘에루샤’가 철수한 자리를 소위 ‘잘나가는 국내 브랜드’로 채운 것이다.
 
각 층을 둘러봐도 한산했다. 전날 하루에만 크루즈 관광객 1100명이 다녀갔다는 관계자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제주 시내면세점이 개별관광객보다 ‘다이궁(代工·보따리상)’과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주말이라고 해도 크루즈 관광객이 없는 면세점에서 북적이는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곳곳에 ‘오픈 예정 일자’를 적어놓은 가벽들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기간 제주 시내면세점들은 주말 휴무, 탄력근무제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았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1500명(브랜드 매장 직원 포함)의 직원이 200명까지 줄었다. 최근 다시 500명까지 충원했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롯데면세점 측의 설명이다.
 
상황은 신라면세점도 비슷했다. 오히려 롯데면세점보다 상대적으로 시내에 위치했지만, 고객들의 숫자는 비등해보였다.
 
그나마 ‘희망’이었던 크루즈도 선박 정원의 절반만 채워 오는 경우가 많았다. 단체관광객이 중단된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트렌드도 개별관광 위주로 바뀐 것이다.
 
기존의 단체관광객들도 쇼핑 위주가 아닌 관광과 ‘K-푸드’의 유명세로 인한 ‘먹방 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
 
롯데면세점에서 만난 60대 중국인 관광객은 “제주공항에서부터 제주의 주요 관광지 간의 연계성이 편리했다”면서 “유튜브에서 본 편의점 음식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30대 한 중국인 관광객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본 제주의 관광지를 보러왔다”면서 “패션에 관심이 많은데 쇼핑은 둘러보고 귀국해 인터넷으로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의 크루즈 고객 1명당 객단가가 150달러였다면 지금은 50달러 수준”이라며 “중국 단체여행객도 이른바 ‘MZ세대’로 재편되면서 구매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체류시간 확대…하이난 면세특구 모델 도입 목소리
 
면세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기간 내 업황이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유커의 귀환’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체류시간이다. 기존 8시간인 체류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출·입국 수속 시간을 빼면 실제로는 4~5시간 남짓인 실제 체류시간을 대폭 확대해 쇼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크루즈 입항이 제주항과 강정항으로 분산되는 것도 애로점으로 꼽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도내 균형발전 차원에서 분산 입항을 추진하는 제주시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사실상 강정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은 쇼핑을 위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난(海南)성의 면세특구 모델을 제주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최남단 섬인 하이난의 경우, 지난 2020년 면세 한도를 기존 3만 위안(약 550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8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는 800달러(약 100만원)에 불과하다.
 
하이난의 면세 한도를 확대한 결과, 2020년 매출은 50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는 94억 달러(약 12조7000억원)로 뛰었다. 일본의 경우도 20만엔(약 181만원)으로 한국보다 높다.
 
정부는 지난해 3월 5000달러로 묶여있던 국내 면세점 구매 한도를 폐지했다. 내국인에 대한 면세점 구매 한도를 폐지해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였지만, 면세 한도 800달러에 묶여 구매 한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요구 사항은 특허수수료의 현실화다. 특허수수료는 관세법 시행규칙에 따라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을 정부에 내는 일종의 세금을 말한다.
 
이를 매출보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정하자는 것이 현실화의 골자다. 특허수수료는 매출 구간에 따라 △2000억 이하(해당 연도 매출액의 1000분의 1) △2000억 초과 1조원 이하(2억원+2000억 초과 금액의 1000분의 5) △1조원 초과(42억원+1조원 초과 금액의 100분의 1) 등으로 나뉜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감안해 2020년과 2021년에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했다. 지난해에는 특허수수료 감면을 1년 더 연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별 여행 위주로 바뀐 여행 트렌드에 맞춰 면세·여행업계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도 각종 세제 혜택으로 내수 촉진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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