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감이 쉽사리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 각료인 제2야당 국가통합당 베니 간츠 대표는 이날 하마스와 전투에서 사망한 샤아르 하네게브(Sha’ar Hanegev) 지역 위원장 장례식에 참석해 "이번 전쟁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남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은 필요시 북부나 그 외 지역에서도 벌어질 수 있고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이 참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이·팔 전쟁 발발 후 로켓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공격을 가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자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참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은 짧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심지어 (전장을) 확대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적이 참전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전장을) 확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응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이 재차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가자지구에 위치한 주요 인프라를 파괴하고 하마스 주요 이동 통로로 알려진 지하 터널을 막아 가자지구 내 각종 무장단체 뿌리를 잘라버리겠다는 것.
과거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간츠 대표는 "우리 목적은 단지 하마스를 격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자지구 남부 지역이 100%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전후 재건 작업에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재건 작업이) 완료되었을 때만 우리는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군사 작전 시 확전 우려
하지만 문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충분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본격적인 군사 작전을 개시했을 때 그 여파가 얼마나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헤즈볼라와 이란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것이 매우 유력시되고, 이후 다른 아랍 국가와 세계 각국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며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주일 이상'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하며 침공을 감행한 우크라이나가 이미 1년 반 넘게 항전 중인 것만 봐도 전쟁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한 지역 안보 소식통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최종 계획이 없다"며 "그들 전략은 그저 폭탄 수천 발을 투하해서 모든 것을 파괴한 후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그들은 이후에 대한 출구 전략이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 와중에 혼란을 틈타 갈등을 부추기려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5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자지구 알 아흘리 아랍 병원 폭격 사고와 관련해 이·팔 양측 모두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폭격 주체조차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PIJ) 소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팔 전쟁이 시간적·공간적으로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세 불안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토르 베네스란드 유엔 중동특사는 "이 분쟁이 확산될 위험성은 사실적이다. 매우 매우 사실적이고 극도로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주요국들은 모두 전쟁 확산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통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범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하나 말해주고 싶은 것은 분노를 느낄지언정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9·11 이후 미국은 분노에 휩싸였다. 우리는 정의를 구하고 정의를 찾았지만 실수도 범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19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팔 양측에 휴전을 촉구했다. 이는 이·팔 전쟁 발발 후 시 주석이 처음으로 공개적 견해를 밝힌 것이며 그는 "분쟁이 확대되거나 통제 불능으로 치달아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휴전을 하는 게 급선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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