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고심 끝에 10월 기준금리를 또 한번 동결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여파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숨고르기를 이어가며 물가 등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물가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이후 6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단행된 이번 결정에 따라 한은은 지난 2월 이후 9개월 연속 기준금리 3.5% 수준을 이어가게 됐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주요국 통화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가와 성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현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물가에 대해서는 고유가와 환율, 중동 사태 등 영향으로 상방 리스크가 확대돼 물가 하락 관련 목표치 도달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앞서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각각 3.5%와 2.4%를 제시한 바 있다.
반면 또 다른 금통위원 1명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 3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전 금통위였던 지난 8월 금통위원 6명이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두며 추가 긴축에 대해 의견일치를 이룬 것과는 온도 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다만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2%포인트)에 대해 "금리차를 축소시켜야 안전하다는 이론은 없다는 생각"이라며 "금리차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연일 사상 최대 규모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계부채 이슈와 관련해선 아직 통화정책을 통해 관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의 문제"라며 "정 안 되면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조정도 생각해보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관련해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외 경제·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는 일촉즉발 상황인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는 시장 반응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폭풍전야 차원인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1년 전보다 부동산시장 리스크가 낮아진 만큼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번 사태로) 쉽게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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