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10조 회사채 만기...빚 내서 빚 갚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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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10-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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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 부담에도 회사채 발행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자금 조달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고금리에도 이자 부담을 끌어안으며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4분기 10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민간채권평가사(민평)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071%를 기록했다. 장중 4.1%를 넘기면서 연 고점을 썼다.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873%로 크레디트 스프레드(회사채·국고채 간 금리 차)가 재차 확대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프레드 확대는 기업 자금 조달 환경이 이전보다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안전자산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비우량 자산인 회사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더 높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는 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9%를 뚫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9%를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하면서 국고채 금리 상방 압력이 더 높아졌다. 경제지표가 예상과 달리 계속 호조를 나타내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채권 금리가 미국 채권 금리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주요한 기업 자금 조달 창구인 만큼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금리에도 채권 발행을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어 올해가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 규모는 10조6073억원이다. A급 이하도 3조원 이상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 적지 않은 기업이 차환에 나서야 한다. 최근 수요 예측을 진행한 SK텔레콤(AAA), HD현대일렉트릭(A-), 롯데칠성음료(AA0) 역시 조달 금액을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다음 달 27일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11월 발행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한온시스템도 2018년 발행한 32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28일이다. 삼성물산(1700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3000억원) 등도 11월 중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또 BBB 등급인 JTBC도 다음 달 9일 155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반적으로 국채 금리 변동성과 위험 회피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로 갈수록 기관투자자의 북클로징(장부 마감)으로 수요 기반이 축소되며 회사채 약세를 예상했다.

결국 우량물에 한해 자금 조달이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비우량물 미달률을 살펴보면 A급은 47%, BBB급은 61%에 달했다. 기업으로서는 발행 수요가 있지만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것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호조,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물가 불확실성으로 11월과 12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전쟁 지원에 따른 미국 국채 공급 부담 우려까지 더해져 금리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세와 변동성 확대, 연말 자금 시장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 매수는 어려운 시장이지만 펀더멘털이 우수한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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