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이 사라진다] "책은 안 사고 사진만 찍고 가요"...사라지는 보수동 책방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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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김다이 기자
입력 2023-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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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다이 기자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들로 북적였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 골목은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김다이 기자]

지난 14일 오후. 시내에 사람이 북적이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 골목엔 적막만 맴돌았다. 책방 골목에 100개가 넘었던 서점은 이제 30개 남짓으로 줄었다. 3분의1토막이 난 셈이다. 책방 골목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인증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렸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38년 동안 책을 팔았다는 신모씨(66)는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었고 이제 와서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없으니 그냥 쌓여있는 책이 팔릴 때까지 문이라도 열고 있어야겠다는 심정”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내비쳤다.
 
학생 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이는 서점의 위기로 이어졌다. 신씨는 “요즘 누가 책을 보나요. 새 책이 많이 팔려야 중고 서점도 먹고사는데 이제는 다들 전자책만 보고 책을 사려고 하질 않는다”라며 “20년 전이랑 비교하면 수능 보는 인구도 반 토막 났으니 더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들로 북적였던 보수동 책방 골목은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수동 인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홍모씨(38)는 “중, 고등학교 때에는 참고서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보수동을 찾았었다”면서 “규모도 많이 줄었고 책을 사는 학생들 대신 관광객들만 방문하는 모습을 보니 옛 추억이 떠올라 안타깝다”고 전했다.
 
보수동에서 헌책방을 운영 중인 김모씨(70)는 “책방은 20년 전부터 줄곧 내리막이었다. 더 이상 좋아질 상황이 없다”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이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책방 골목에 도로를 깔아준 것 말고 별다른 지원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책값이 비싸진 것도 종이책을 안 사는 원인 중 하나다. 그는 “종이책이 보통 2만원이면 이북(e-Book)은 반값인 1만원 수준이다 보니 다들 책을 사는 대신 이북을 읽는다”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신간 발행 시 1년까지는 종이책으로만 판매하는 식으로 조율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산한 보수동 책방 골목 사진김다이 기자
한산한 보수동 책방 골목. [사진=김다이 기자]

◆ 수년간 쌓인 동네책방의 위기
 
동네책방은 현재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2년마다 발간하는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서점이 하나도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7곳, 서점 소멸 예정 지역은 29곳이다.
 
문체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 곧 종합 독서율은 47.5%로, 2년 전 대비 8.2% 감소했다. 연간 평균 종합 독서량도 4.5권에 불과하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에는 예산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지난 8월 31일 2024년도 문체부 예산안과 관련하여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문체부는 기존 개별 업체와 프로그램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업계 전반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물류망과 디지털화 구축 사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 체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 정부예산안에 신규 사업으로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사업 12억5000만원을 반영하였으며, 지역서점에 대한 지원예산은 총 15억1000만원으로 오히려 올해 예산 대비 증액됐다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책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K-컬처의 근간이 되는 한글 기록 문화인 책을 볼 수 있는 책방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며 “책방에 지원금을 주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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