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 따르면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은 법정자본금 한도를 30조원과 3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은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여야 모두 수출금융 지원을 위해 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데는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어 실제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수출금융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을 지원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여야 법안 발의 모두 선제적인 이슈 선점을 위한 행보에 머무를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은은 금융 지원 여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다. 현재 수은 납입자본금은 약 14조8000억원으로 법정자본금 15조원 대비 98.5%에 달한다. 정책금융 수요 등에 대한 대응 여력이 제로(0)인 상황이다. 2014년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한 뒤로 10년째 자본금 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는 올해 내내 수출금융을 강조하면서 수은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부각했다. 정부는 국내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41조원 규모 정책금융 투입 계획을 발표했고, 금융당국은 지난 8월 23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수은의 올해 정책금융 목표는 82조원에 달했고, 총여신 규모는 1분기 기준 130조원을 웃돌았다. 자본금은 멈춰 선 가운데 여신 규모만 크게 늘면서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15.07%)은 국제 권고 수준(15%)에 턱걸이했다.
최근에는 폴란드 무기 수출 관련 이슈로 자본금 한도 상향 논의가 국회에도 등장했지만 수은 측 속내는 여전히 답답하다. 자본금 한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결국 올라간 한도만큼 정부에서 자본금을 납입해줘야 원활하게 수출금융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논의에선 실제 납입 자본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즉, 한도 상향 법안이 통과해도 수은으로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특히 수은 자본금 한도 이슈가 방산 수출과 밀접히 연결된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산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혁신성장 부문 투자 확대 △인수합병(M&A) △대형 인프라 사업 발주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다각적으로 지원 여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루마니아, 체코 등 원전 사업과 사우디아라이바 네온시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사업 등 대규모 해외 발주 사업이 예고된다"면서 "초격차 확대, M&A, 혁신성장 부문 시설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수은의) 자본 여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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