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한국(K)-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전략을 써야 현지 성공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다움'(간고쿠토)을 어필하는 것이 앱 시장에서 더 주목받기 쉽습니다. 한국다움의 특징은 꼭 살리면서 서비스 자체를 로컬화하는 전략을 쓰길 바랍니다."
24일 유코 야마모토 구글재팬 플레이 사업개발팀 파트너십 매니저는 일본 도쿄 시부야 본사 사무실에서 실시된 한국 스타트업 연수 프로그램 '이머전 트립 2023' 세션 발표에서 이커머스·패션 등 분야 앱의 일본 진출 공략을 이같이 공유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개발된 앱은 일본 내 선호도가 낮았다. 때문에 국내 콘텐츠 플랫폼 업체는 일본 사업 시 한국적인 특징을 최대한 없애는 전략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구글재팬 앱 장터에서 이용자 소비 상위 1·2위를 기록한 카카오픽코마의 '픽코마'(2016년 출시)와 네이버웹툰의 '라인망가'(2013년 출시)가 대표 사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특성을 앞세워 성공한 일본 앱도 있다. 야마모토 매니저는 해외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 앱 '큐텐'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큐텐의 일본 회원 수는 작년 기준 2300만명인데, 이 중 80%는 여성이다. 야마모토 매니저는 "일본에 라쿠텐·아마존 등 굵직한 이커머스가 있는 상황에서 큐텐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다움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큐텐은 일본 현지 10~30대의 여성 고객층을 집중 공략했다. 남성은 타깃 고객층에서 아예 제외했다. 웹페이지 운영은 거의 하지 않고 앱 운영에만 전념했다. 전체 매출의 90%가 앱에서 나오는데, 최근 30% 성장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야마모토 매니저는 "큐텐은 (일본 여성 고객을 상대로) 한국 패션·메이크업 관련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서만 살 수 있다는 신뢰감을 형성하는 데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큐텐에서 구매 가능한 제품 중 60%는 화장품과 패션 분야"라며 "올리브영 등 매장 방문 없이 큐텐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을 빠르게 구매 가능하다는 강점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기별로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에 대한 중요성도 짚었다. 큐텐은 평균적으로 연 4회 할인 행사를 실시한다. 유튜브·트위터 등 두 개 온라인 매체를 핵심 마케팅 경로로 삼는다. 또한 해당 매체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로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큐텐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행사 홍보 성과를 높였다.
야마모토 매니저는 "(한국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일본 현지화를 잘 진행했고 해외직구 이커머스(한국 직송) 이용자 편의를 향상하는 데에 집중했다"면서 "지원 언어를 중국어·한국어로도 바꿀 수 있어 일본 내에서 해외 제품을 재미있게 쇼핑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앱 개발사는 일본인의 기기 평균 이용 기간이 한국 대비 길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이용자는 모바일 기기를 한 번 구매 시 평균 5년 동안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평균 2년이다. 그만큼 일본은 최신 모바일 기기(하이엔드)를 도입하는 속도가 늦는 셈이다.
야마모토 매니저는 "한국은 하이엔드에서 나오는 수익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미드엔드에서 오는 매출이 하이엔드보다 더 높다"면서 "하이엔드뿐 아니라 미드엔드에서도 앱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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