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또는 순직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 병역 의무 대상인 남성의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군 복무 기간이 취업 가능 기간에 포함된다.
법무부는 24일 전사·순직 군경 유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배상법 개정안과 국가배상액 산정 시 병역 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는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배상법은 이중배상금지의 원칙에 따라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해 전사·순직하거나 상해를 입어 재해보상금, 유족연금, 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렸는데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 유족이 청구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 사건에서 지난 13일 1심은 이중배상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국가배상법 2조 1항 단서 규정을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전사·순직 군경의 권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것이므로 이를 봉쇄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고,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자법은 보상금 산정에 유족의 위자료를 고려하고 있지 않아 법령상 보상과 별개로 위자료 청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에는 국가배상법 2조에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 등의 유족이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3항으로 신설했다.
개정법은 시행 후 군인, 경찰 등이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우부터 적용된다. 개정법 시행 당시 본부심의회, 특별심의회 또는 지구심의회에 계속 중인 사건과 법원에 계속 중인 소송 사건에도 적용된다.
현재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병역 의무 대상인 남성은 복무 기간을 일실이익 계산을 위한 취업 가능 기간에서 제외하고 있어 여성보다 배상금이 적게 책정된다.
이러한 산정 방식은 병역 의무자에게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초래하고, 병역 의무가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취업 가능 기간에서 제외됐던 '군 복무 가능성이 있는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산입하도록 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공포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해 병역 의무를 다했는데도 유족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이번 개정 법률안은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해 의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개정 시행령안은 조만간 공포될 경우 국가배상이나 소송 등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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