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말 14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과 개인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외화환산손실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외화대출 상환에 나서고 있다면, 개인들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에 힘입어 값이 오른 달러화를 팔아 차익을 실현한 뒤 종전보다 저렴해진 엔화를 구입하는 모습이다.
강달러에 외화대출부터 상환하는 기업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9월말 국내 외화대출 잔액은 88억7300만 달러로 전년(100억9500만 달러) 대비 12.1% 감소했다.
이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대출 상환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외화대출의 주 고객층은 기업, 특히 대기업인데 환율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신규 달러대출에 대한 수요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가 2%포인트까지 벌어져 달러를 조달할 때 달러대출을 이용하는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기업의 원화 대출이 늘어난 것도 외화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일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1년 전(694조8990억원)보다 61조4320억원 늘었다.
'달러 팔고 엔화 사자'…외화예금 일변도
환율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르면서 달러예금은 빠져나가고 있다. 환차익을 누리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판 고객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531억7311만 달러로 전월(612억8613만 달러)보다 15.2% 감소했다. 올 들어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엔화예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올해 1월(7583억1766만엔)부터 4월(5977억6309만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1조335억1845만엔)엔 올해 처음으로 1조엔을 넘어섰다.
미국 긴축 기조가 장기화한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정책이 더해지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자 저점에서 구매해 환차익을 누리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0일 장중 한때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달러당 160엔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 연준에서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을 예고해 강달러·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투자 결정 전에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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