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환율(원화 가치 하락)에 시중은행이 외화 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 은행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3분기 기준 하나금융그룹 370억원, 기업은행 240억원, 우리금융그룹 220억원 등 환차손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서 등락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1200원 중반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큰 폭 오름세를 보였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 평가액이 외화자산보다 늘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환차손은 일회성 요인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00억원가량 회계적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외화자산 규모가 큰 대형 시중은행들은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원화가치 하락 폭만큼 원화로 환산한 외화자산 규모가 증가해 BIS 비율 산정 시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화자산은 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익스포저가 확대돼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된다. 환율이 100원 오르면 은행 BIS 비율은 평균 0.1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은 유동성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의무 비율인 80% 이상으로 갖추고 있다. LCR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은행이 1개월 동안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을 보유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외화 LCR은 하나은행이 150.2%로 가장 높고 국민은행(139.5%), 신한은행(131.4%), 우리은행(128.5%)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LCR이 대부분 100%를 넘은 것은 환율 변동성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외화자금 유출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외화자산 규모가 확대된 데다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종자본장권 발행 등 환헤지를 진행하고 있어 지속적인 환율 인상이 이루어지더라도 실적에 큰 타격을 주는 환손실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외화예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시중은행은 보수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극심한 외화유동성 충격 시 은행들은 일시적으로 대응 능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 등 점검을 지속하는 한편 위기 시 활용 가능한 차입 약정 확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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