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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웬 체육대회? 집에서 쉴래요"…사라지는 로펌 '단합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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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10-2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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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법인 동인
법무법인 동인이 2019년 10월 19일 경기 구리시에서 '동인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법무법인 동인]
"예전에는 단합 행사도 많이 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는데 그런 행사가 사라져 아쉽네요."(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

"주말 단합 행사요? 그거 하면 어쏘 변호사(경력 10년 미만인 소속 변호사)들 다 퇴사하죠."(중견 로펌 어쏘 변호사)

'MZ세대' 유입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로펌업계에 단합 행사가 사라지고 있다. 중견 변호사들은 대체로 소속감을 높이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이다. 반면 젊은 변호사들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시되는 사회 트렌드를 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로펌업계도 따라야 한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부분 법무법인(로펌)에서 주말을 이용한 체육대회, 등산, MT(membership training) 등 소속 변호사 단합을 위해 예전부터 해오던 행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법조계에도 회사 행사보다는 '워라밸'과 개인 생활을 중요시하는 'MZ세대' 변호사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단체 행사가 중단됐던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A대형 로펌은 매년 주말을 이용해 변호사와 직원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개최하다 몇 년 전부터 이를 없앴다. 임직원 대상으로 주말 체육대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70% 이상이 '하지 말자'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B로펌도 매년 열던 주말 단합 행사를 없애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약 3년간 열지 못한 행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임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말에 회사 행사를 한다는 점에 불만이 커 평일이라도 단합 행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변호사들 각자 재판과 상담 일정이 달라 모두가 참여 가능한 날짜를 정할 수 없어 행사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 

중견·중소 로펌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일부 중소 로펌은 대형 로펌에 비해 변호사 수가 적어 주말을 이용한 MT나 등산 소모임 등 다양한 단합 행사를 유지해 왔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중단됐다. 행사를 하지 않는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행사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A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예전 로펌 규모가 작고 변호사 수도 적었을 때는 주말 체육대회를 통해 단합력도 키우고 했지만 규모가 커지고 젊은 변호사들도 많아지면서 '주말 행사가 업무 연장선 같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 단합 행사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단합 행사가 없어지니 로펌 내에서도 서로 누가 누군지 모르는 분위기가 된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B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단합 행사를 통해 선후배들끼리 얼굴을 익히고 후배가 업무 중에 어려움을 겪으면 편하게 선배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는데 행사가 사라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없어졌다"며 "로펌에 대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없어 젊은 변호사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펌 내 단합 행사가 사라진 것을 두고 파트너 변호사들은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어쏘 변호사들 반응은 다르다. 이들은 "주말에 행사하는 로펌이었으면 퇴사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로펌 어쏘 변호사는 "코로나 이전에는 금요일 퇴근 이후부터 토요일까지 1박2일로 하는 등산 행사가 있었다. 가고 싶은 사람만 가면 된다고 했지만 눈치가 보여 어쏘들도 다 가는 분위기였다"며 "코로나 때문에 행사가 없어지고 지금은 각자 일도 너무 바쁘다 보니 주말 행사는 물론이고 회식도 하지 않는 분위기라 좋다"고 말했다.

이어 "로펌에 대한 소속감은 단합 행사가 아니라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개인의 주말 여가시간을 존중하지 않고 주말에도 회사 행사를 사실상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로펌에 대한 소속감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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