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사가 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사는 2009년 모회사와 공사의 계약에 따라 16년간 객실과 역사 내 광고 사업권을 받았다. A사는 그 대가로 사업에 필요한 각종 시설물을 설치·관리하며 광고료 250억원을 공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이후 2014년 7월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사는 A사에 새로 도입하는 전동차의 객실표시기 위치 변경을 요구했다. 도시철도법 시행령 25조에 의하면 도시철도운영자는 도시철도차량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
이에 A사는 구형 전동차의 객실표시기를 신형 전동차에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가 거절하자 2019년 3월 10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는 소송 중이던 2021년 3월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A사는 광고 운영권을 반납하고 이미 설치한 시설물의 가치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받기로 2018년 7월경 공사와 합의했으므로 그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설령 합의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사가 계약에 따른 협조·승인 의무를 어겼으므로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공사가 배상할 의무가 없다며 두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 계약 당시 A사의 시설물 설치 이후 법령 제·개정 등 설치 여건에 변동이 발생하면 시설물 종류와 규모, 위치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어 공사의 측면 설치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객실표시기를 전동차 객실 천장 중앙에 돌출해 설치하는 것과 출입문 상단 벽면에 평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화면 노출 정도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기에 같은 운영 조건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신형 전동차에는 객실표시기가 천장 중앙에 설치돼 있었으며, 구형에도 객실표시기를 중앙설치하는 비용으로 산출했다"며 "객실표시기 중앙 설치는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합의된 광고 사업 운영 조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할 때 CCTV 카메라 설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도시철도법 개정 후 피고가 최근 도입한 신조 전동차 중에는 객실표시기가 중앙 설치된 것이 있다"며 "도시철도법 개정으로 객실표시기의 중앙 설치를 측면 설치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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