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DGB대구은행 내 내부통제 이슈가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해당 논의의 백지화 가능성 또한 고개를 들고 있다. 한때 금융권에서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출범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회사 측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 제출 가능성조차 확답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5일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7월 발표한 시중은행 전환 계획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 제출 시기 여부와 관련해 연내 등 특정 시기를 확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은행 추진 관련 사업부에서 반드시 추진한다고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금융권에선 9월이나 이달 중 당국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 연내 출범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통상 예비인가 2개월, 본인가 1개월 등 최소 3개월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구은행은 이미 은행업을 영위하고 대주주 적격성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 본인가에 바로 돌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존재했다. 아울러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2~3개월 내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관련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적합성을 놓고 당국 수장들이 강도 높은 심사를 예고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 해석이다. 앞서 대구은행 일부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불법증권계좌 1600여 개의 무단개설 사실이 적발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건전성, 대주주의 적격성을 봐야 하지만, 금융사고가 인가 심사 과정에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현재 대구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시중은행으로서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되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이를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전면 백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권의 내부통제안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당국이 백지화 카드로 업계 경각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견해다.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장기근무자 순환 배치 △명령휴가제 도입 △시스템 접근통제 고도화 등의 내부통제안을 내놨지만, 강도 높은 징계 처분과 피해 금액 회수 방안 확립 등 엄격한 책임 추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보다 구체적인 자체 내부통제제도 수립을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당국 수장들의 발언과 맞물려 기존 인가 신청서 제출 및 출범 목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시중은행 전환을 놓고 최근까지도 기대와 우려 여론이 팽팽히 맞서, 관련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가장 큰 기대효과로 수도권 진출 확대에 따른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지역경제 측면에서 전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경제 활성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디지털금융이 대세인 현 상황에서 점포 확대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기존 시중은행과 자본력에서 차이가 나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금융권은 자기자본 규모에서 기존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약 4~7배의 체급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산 늘리기에 나서며 예·적금과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려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계 대출자는 물론,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돼 최근 금융권의 부채 리스크를 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했음에도, 최근엔 내부통제 이슈로 이를 다시 막으려 하는 분위기가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며 "추후 당국의 인가 심사 결과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