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성평가·TBM 쉽게 해보자!(고소작업대 추락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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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안전보건공단 경기서부지사장
입력 2023-10-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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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진현 안전보건공단 경기서부지사장
[사진=김진현 안전보건공단 경기서부지사]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생을 달리하는 사고는 빈도가 아주 낮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와 행동으로 작업할 때마다 사고가 났다면 그런 상태와 행동은 바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 상태와 행동에서도 사고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고 내 주위에서는 평생 겪지 않을 수 있기에 나쁜 상태와 행동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식으로 작업을 계속 하더라도 내 평생 아무 일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반대로 바로 이 순간 그 사고가 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고는 확률이다. 그래서 무섭다. 사고는 반드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일어난다고 말할 수 없어 더욱 무섭다.

회사든 국가든 사고 발생의 확률을 낮추면 그 만큼 회사의, 국가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빈도가 아주 낮아 사람들의 사고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끌어내고 유지하기 어렵다. 사고예방에는 비용도 더 들고 불편함도 더 커지는 것이 사실 일반적인 현상이다. 사고의 예방은 회사나 국가에 담당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는 담당을 따지기 이전에 내 문제다. 목숨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는 확률이다. 대체로 내 주위에서는 거의 잘 일어나지 않겠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문제가 될지 말지 아무도 자신 못한다. 그래서 내 일이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편하게 흘러가고자 하는 흐름을 거슬러, 사고확률을 낮추는 뭔가를 자꾸 하자고 해야 하고 또 그것을 안전이라 칭하니 당연히 번거롭고 쉽지 않다. 이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을 그래도 더 나은 상태와 행동을 만들어보자고 하는 방안으로 최근에 더욱 강조한 것이 바로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가 효과를 보려면 우리 모두의 자발적 동기를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 과거 2002년 월드컵 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붉은악마 응원문화와 같은 그런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 사업주, 관리감독자, 작업자 그리고 안전보건관리자 모두 스스로 역할을 인식하고, 안전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야 달라진다. 안전관리에 규제와 통제뿐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하는 척만 하다가 결국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그냥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바로 이 순간, 여기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의지가 있다면, 고소작업대 추락사고를 가정해 간략히 위험성평가를 해보자. 높은 곳에 접근해 작업을 해야 한다면, 이제 가장 쉽게 먼저 떠올리는 장비가 고소작업대이다. 효율적이기도 하다. 작업을 관리할 관리감독자는 먼저 전체 작업을 계획한다. 비용 산정을 통해 비교도 해 보고, 작업일정도 잡는다.

작업에 대해 검토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안전 측면에서 최근 산재사례도 조사해 본다. 다른 회사의 우수 작업사례도 찾아본다. 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가면 재해사례, 관련 기술자료, 다른 회사 우수사례 등 정보자료는 많다. 처음에는 검색이 잘 안되고 복잡하게 느껴져 짜증도 나겠지만 몇 번 들락날락 하는 과정에 검색 노하우가 생기고, 시간이 좀 지나면 홈페이지 구성도 눈에 익어 금방 바로 잘 찾을 수 있게 된다. 처음 시도에 용기를 내고, 끈기 있게 시간을 좀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관리 잘 된 장비가 좋다. 임차하는데 좀 더 비쌀 수 있다. 작업을 같이 해보면 지식이 풍부하고 경험도 많아 차분하게 안정감 있는 작업을 수행해 주는 장비운전자도 알게 된다. 이런 회사, 이런 운전자를 찾아야 한다. 도급을 잘 하는 것이 안전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장비 관리자와 회사가 꼼꼼하게 장비 이력을 관리하고, 유지보수를 철저히 하며, 안전 측면에서 관심을 더 기울이고 실력 있는 장비운전자를 보유한 회사는 사고예방에 있어 아주 핵심적이다. 주기적으로 주요 용접구조부 등을 비파괴검사하고, 턴테이블 볼트 상태를 신경 쓰는 회사와 장비관리자의 장비가 믿음직스럽지 않겠는가? 장비 관련 세부 사항은 잘 됐다고 생략하고 이 글에서는 강조하고 싶은 부분으로 넘어가자.

관리감독자는 작업을 하는데 있어 고소작업대의 작업대에 2명을 태워 올려 보내야 한다고 하자. 과거에 이루어진 위험성평가 자료를 검토했더니 장비 자체에 대한 검토만 있었다. 작업대에서 추락사고를 방지하려면 작업대 내 탑승한 2명은 안전모와 안전대를 각각 착용하고, 안전대 죔줄은 작업대의 견고한 안전대 부착설비(난간대 등)에 걸어야 하는데 그간 작업자들은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이유는 다 제각각이었을 것이다. 고소작업이 앞으로 며칠 계속 수행될 것이라 작업 시작 전 위험성평가 회의를 한다. 작업팀에 안전모, 안전대 착용 필요성을 조사한 최근 재해사례, 다른 회사 작업사례 등을 들어 필요성과 방법을 강조한다. 작업자들이 과거에 추락할 뻔 했던 아차사고는 겪은 적 없는지, 다른 추가적인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은 없는지 서로 의견을 듣고 토론한다.

회의를 끝내고 위험성평가 서류를 작성한다. 핵심사항 위주로 정리한다. 서류작업은 많으면 오래 계속하기 힘들다. 번거롭게 생각되지 않도록 논의된 내용 중 위험요인, 현재 안전조치, 위험성 결정(위험의 수준 판단, 우선순위 설정), 개선대책, 개선일정, 담당 등 필요사항이 기록되고 다음에 이루어질 위험성평가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이 내용은 법령, 관련 지침, 회사 매뉴얼 등을 기준으로 정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귀찮지만 어느 정도 반복되면 회의 중에 바로 요약되고 노하우가 생겨 서류작업에 시간도 별로 소요되지 않게 된다. 좀 습관화되면 선수가 된다.

작업 시작 전 현장에서 작업자 모두가 참여하는 TBM(안전점검회의)을 수행한다. 위험성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역할을 다시 확인하고, 안전에 부족함이 없는지 추가 필요사항이 있는지 논의한다. 그리고 작업을 개시한다.

이렇게 고소작업대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위험성평가와 TBM 절차가 이루어졌다. 만약, 작업대 위쪽으로 구조물이 있어서 작업대를 올리는 도중에 작업대의 작업자들이 이 구조물에 끼임사고 우려가 있다면, 당연히 작업대가 이 구조물에 접근하지 않도록 높이를 제한(가드 또는 과상승방지장치: 작업대 모서리에 보통 세워서 위쪽 구조물에 작업자 두부에 앞서 먼저 닿도록 하는데 상부 구조물 높이가 다르면 막대기 형태가 아니라 바 Bar 형태로 설치함이 바람직)하는 쪽의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위험성평가는 위험 작업에 앞서 사고를 예방하고자 개선할 위험한 상태(보통 건물 구조, 설비나 장비 측면)와 행동(보통 작업자 측면)이 무엇인지,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방안을 참여자 모두 함께 찾아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에 대한 기록은 사고예방을 위해 무엇을 파악하고, 어떻게 했는지, 추가로 뭘 할 것인지 이러한 활동의 요지를 정리해 둔 자료이다.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사고예방 활동을 향후에 검토하고 계획할 수 있다. 

정리하면, 위험성평가와 TBM은 작업에 있어 사고우려가 높은 중요 확인사항이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이다. 위험성평가는 주기적으로 또는 상시적으로 선택하여 수행할 수 있다. 사고의 발생 양상은 재해사례와 아차사고를 통해 예측하고, 이 예측을 대상으로 사고예방 기준을 적용한다. 이 기준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법령과 관련 지침, 그리고 회사 내 매뉴얼 등에 따른다.

다른 회사의 우수사례도 참고한다. TBM은 각 작업에 앞서 늘 수행한다. TBM은 위험성평가와 작업에서 사고예방을 위해 확인하고 평가했던 사항들이 착오 없이 잘 이행되도록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절차이다. 내 목숨은 소중하다. 내 목숨은 내가 스스로 탈 없이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위험성평가와 TBM 이행에 동참하는, 자발적 동기를 부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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