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6일 두 손을 맞잡았다.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내년 4월 총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4박 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은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이 열린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지난 1980년부터 매년 개최된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장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도 11년 만이다.
두 사람의 공개적인 만남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50분간 대화했고, 5월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 '자랑스러운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계승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드린다"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추도식 참석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수 통합’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후보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박근혜 탄핵'을 주도한 검사라는 일종의 '원죄'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것도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다.
여기에 최근 '보수의 성지' 대구‧경북(TK)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감소했다는 여론조사들이 나오고, 내년 총선 전 이른바 '유승민·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수 분열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꿈이자 제 꿈이었고, 여러분들의 꿈은 모두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 우리와 미래 세대가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손을 맞잡았다.
추도식이 끝나고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소를 참배했다. 다른 유가족이나 수행 인원 없이 두 사람만 참배하면서 그간의 앙금을 털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이어 오후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노태우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이 역시 보수 대통합 행보의 일환이다.
김 대표는 "직선제를 통해 민주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탈권위주의를 실천하고 문민 민주사회로 가는 과도기를 큰 혼란 없이 이끌었던 노 전 대통령의 업적도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날 혁신위원 인선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공식 명칭은 '국민과 함께 혁신위'로 결정됐고 활동 기간은 12월 24일까지로 총 60일이다. 인요한 위원장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박성중 의원(재선·서울 서초을)이 참여했다. 박 의원은 '친윤계'로 분류된다.
또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 △정선화 전주시병 당협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소희 변호사 △이젬마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송희 전 대구 MBC 앵커 △박우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혁신위 13명 중 7명이 여성이며, 2000년생 대학생이 포함되는 등 여성과 청년층을 전진 배치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오신환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경진 당협위원장도 눈에 띈다.
다만 혁신위가 실질적인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인선을 했다는 평가와 '혁신' 없는 혁신위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인 위원장은 "쓴 약을, 꼭 먹어야 될 약을 조제해서 아주 여러분들이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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