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투입과 관련해 각기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유엔에서도 회원국들이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로 분열돼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유엔이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 수천 명을 사살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상군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시점은 전시 내각과 군 고위 관계자의 만장일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민간인은 남부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이날 밤새 이스라엘군(IDF)이 큰 규모의 지상 공습을 단행하면서 대대적인 지상전 개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동원해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미사일 발사대 등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단계의 전투를 위한 준비로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 후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면서도 "테러 단체를 목표로 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선택이지만, 이는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규모 작전이기 때문에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에 "(지상군 침공 시기를 연기하는 것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결정이다. 나는 (지상군 침공 시기 연기를)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가능하면 사람(인질)을 안전하게 구해내는 것이 이스라엘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국제 기구도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으로 분열돼 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과 관련해 확전을 막고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자국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물품은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하다"며 인도주의 차원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식물 안보리가 계속되면서 이·팔 전쟁을 논의하기 위해 26일부터 열리는 10차 유엔긴급특별총회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기대감도 낮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도 중동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EU 정상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일시 휴전 촉구를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면서도, 각국 정상이 첨예한 논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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