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부재에 은행권 혼란] 사라진 컨트롤 타워…"금리부터 올리고 보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문기 기자
입력 2023-10-29 18: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은행권 적금상품 금리 상단 연 13% 돌파…연 4%대 예금도 일반화

  • 수신금리 오르고 가계대출 늘면서 여신금리도 상승…'영끌족' 비명

  •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등 정책 효과 '글쎄'…"구속력 있는 정책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당국 정책은 부재한 가운데 은행권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물론 여신금리도 가파르게 올리며 고육지책에 나선 분위기다. 일단 올릴 건 다 올리고 보자는 식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은행 자금 조달 경쟁, 가계대출 억제 압박까지 겹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 ‘JB슈퍼시드 적금’ 가입자는 최대 연 13.6%에 달하는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광주은행 ‘광주은행제휴적금with유플러스닷컴’ 상품 금리 상단도 연 13%다. 주요 시중은행도 적금상품 금리를 눈에 띄게 높였다. 우리은행 ‘데일리 워킹 적금’과 KB국민은행 ‘온국민 건강적금-골든라이프’ 금리 상단은 각각 연 11%, 연 10%다.

적금보다 앞서 정기예금 상품도 연 4%대 금리가 일반화하고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은 정기예금 상품을 통해 최대 연 4.35%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 수신상품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은 지난해 9~11월 계약한 고금리 수신상품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기간 은행권에서만 정기예금이 116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신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여신금리도 오름세를 탔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주택담보대출 중 은행채 5년물 금리에 연동된 고정 상품 금리는 연 4.36~6.76%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연 3.90~6.49%와 비교했을 때 하단이 0.4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은행채 5년물 금리가 4.471%에서 4.739%로 0.268%포인트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실제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0.46%포인트에서 0.268%포인트를 뺀 0.192%포인트가량 더 높아진 셈이다. 이는 최근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면서 은행이 이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가 급등할 때 은행이 가산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여신금리가 오르면 개별 차주에게 받는 이자는 늘어나지만 금융소비자들이 0.1%포인트라도 저렴한 은행을 찾는 만큼 과도한 인상은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집행한 대출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금리 재산정이 이뤄지는 만큼 연체율이 높아지거나 고객 불만이 고조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로 신용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마련하거나 투자에 나선 영끌족들은 최근 은행에 부담해야 할 이자 규모가 커지면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인 금리 격변기에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은 이날 대책 마련을 위해 '고위당정협의회'를 뒤늦게 개최했지만 논의가 구속력 없는 모니터링 수준에 그치는 등 효력을 발휘할지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정은 현재 시행 중인 △50년 만기 대출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방법(최대 40년) 개선 △다주택자·집단대출 등에 대한 50년 만기 취급 자제 요청 등 DSR 제도 개선 효과를 면밀히 살피면서 필요시 추가 개선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연내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DSR 예외 축소'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의도를 은행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현실적으로 서로 경쟁하는 처지”라며 “구속력 있는 추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정책적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