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설사 경영진이 자금 조달 방안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독 건설사 자금 조달 여건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회사채 이외 시장에서도 유사하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에서 건설사 자금 조달 여건은 다른 산업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유가증권(코스피)시장 기준 건설업 상장기업 수 비중은 2011년 5.97%에서 지난해 2.63%로 줄었고 시가총액 비중도 2013년 1월 2.27%였으나 올해 2월에는 0.8%로 감소했다. 주가지수도 2021년 6월에는 138.57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 75.37로 하락했다.
건설사가 자금 조달 창구로 가장 선호하는 은행 대출도 최근에는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은행들이 대규모로 대출을 실행했으나 규모가 너무 늘어난 탓에 이제는 이전처럼 간단하게 빌리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지난해 채권 시장 신용경색 문제 등으로 건설업체 외부 자금 조달 여건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영 상황 악화로 건설업체 수익성이 감소해 원활한 자금 조달과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짐에 따라 효율적 자금 조달을 위한 경영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의 본원적인 현금 창출 능력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 수주가 각각 38.5%, 22.9% 줄어든 26조원과 34조원을 기록했다. 또 주택 착공 물량은 9만248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사 원가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2021년 1월 124.12에서 올해 7월 151.30까지 상승했다.
원자재 비용 상승이 고금리 기조, 자금 유동성 악화와 맞물리면서 신규 건설사업 부진과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분양·미입주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는 지방 사업장에서 건설사 현금 흐름이 막힐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2분기 전국 초기 분양률은 71.6%로 1분기 대비 반등했으나 일부 지역은 초기 분양률이 30%를 하회하고 있다.
아울러 분양시장 위축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들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바탕으로 PF 리스크가 다소 경감됐으나 지난 6월 말 기준 주요 건설사 PF 보증 규모는 20조원 상회하는 수준으로 여전히 부담이 작지 않다.
최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한다면 PF 우발채무 차환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건설업은 영업 실적에 변동성이 크고 부동산 경기나 지역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영업 자산 부담이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는 산업적 특성이 있다"며 "최근 건설사 신용도에 의존해 단기로 조달되는 PF 관련 우발 채무 부담이 작지 않아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우려 이슈로 시장에는 건설업에 대한 부담이 계속 있었다"며 "PF 부담 등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 회복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건설사 경영진이 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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