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간 부진했던 거시경제 지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민생의 어려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면서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하고 생계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 특히 서민금융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운 대출 상황을 지적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서민금융 지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현장 민심을 빌린 표현이지만, 과도한 이자 장사를 지적하는 정부의 비판적인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고금리로 거시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내는 만큼, 응당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앞서 윤 정부는 지난 2월 '공공재', '돈잔치' 등의 표현으로 은행권을 직격한 바 있다.
이런 정부의 기조는 은행에 부담금을 부과해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직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횡재세 관련 언급이 있었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은행 횡재세 부과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은 혼란이 가중되자 "(횡재세 논의는) 국회 내 발의된 법안을 검토하는 수준",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실제 현재 언급되는 초과이익 환수제와 같이 법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과세 기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불분명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 이익이 과도하다는 윤 정부의 견해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에 금융당국이 올해 연말 내놓을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에서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 출연금·부담금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한 올해 상반기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내놓은 상생금융 행보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융권에선 수수료·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 지원, 채무감면 등을 제시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