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통신사들이 초거대 인공지능(AI) 사업과 관련해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서비스 에이닷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 방점을 찍었던 SK텔레콤(SKT)은 기업 간 거래(B2B)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T는 B2B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AI 서비스 '믿음'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그룹사가 보유한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벌인다.
31일 KT는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초거대 AI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정식 공개했다. 믿음을 통해 기업 대상 LLM 사업화를 가속하고, 궁극적으로 기업 고객이 원하는 AI 사업 모델과 응용 서비스의 폭발적 확산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우선 KT는 B2B 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제조, 금융, 공공, 교육을 초거대 AI 사업을 확장할 5대 영역으로 규정하고, 업스테이지·콴다·에누마·비아이매트릭스 등과 협업한다. 이를 위해 출시하는 모델도 경량부터 초대형에 이르기까지 기업 규모와 사용 목적에 맞게 완전 맞춤형(Full Fine-Tuning)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KT 측은 믿음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별도 개발이나 학습 인프라가 없더라도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초거대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AI 풀스택을 통해 계열사 KT클라우드와 함께 믿음의 기업 전용 AI 클라우드팜을 패키지로 제공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풀스택은 AI 인프라부터 응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KT는 초거대 AI를 활용하고 학습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믿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방한다. 초거대 AI를 사용하고 싶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파라미터(매개변수) 모델을 직접 만들 여력이 없는 대다수 기업들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튜닝해 활용하는 방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미 출시 이전부터 금융권, 지자체, 기업 솔루션 등 100개 이상 기업과 기관에서 믿음을 활용하기 위해 KT와 사전에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설명회에선 KT가 IBK기업은행에 믿음을 적용해 만든 신뢰도 높은 전문 상품지식 제공 서비스가 소개됐다. 특히 지난 22일엔 태국 자스민그룹과 함께 국산 초거대 AI 믿음을 활용한 태국어 LLM 구축과 동남아 공동 사업화 협력 추진을 밝히며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믿음을 통한 초거대 AI 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KT가 향후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낼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KT 관계자는 "LLM의 B2B 사업화를 가속하고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AI 사업모델과 응용 서비스의 폭발적 확산을 이끌어 내겠다"며 "차별화된 초거대 AI 모델을 개방하고 대한민국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SKT는 그간 개발해 온 B2C AI 서비스에서 최근에는 B2B 영역까지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T의 초거대 AI 개발 초기는 B2B 시장부터 공략하는 KT나 LG유플러스와 달리 개인에게 초첨을 맞춘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5월 SKT는 AI 서비스 플랫폼 에이닷을 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초거대 AI 상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이닷은 고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운 행동을 대신 처리하고 선호하는 것을 추천·재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개인화에 집중하던 SKT는 지난해 말 코난테크놀로지에 224억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B2B 시장을 공략에도 속도를 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통신 AI 익시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거대 AI LLM 엑사온은 그룹사 LG AI연구원이 보유하고 있어 추가 비용을 들여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통신에만 특화된 모델을 개발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LG유플러스는 자사 고객을 위한 통신·플랫폼 서비스에는 익시젠을, 전문가 전용 초거대 AI 서비스에는 LG AI연구원과 협력한 엑사원을 각각 활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은 당장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B2B에 집중하고 있지만 결국 B2C로 점차 확대해야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B2C에서 수익을 내는 방식은 많은 개발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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